
관광산업을 둔 한·일전에서 단연 승자는 일본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 모두 관광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웠지만 성적표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 관광산업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일본은 ‘관광입국(觀光立國)’을 국가 전략으로 세우고 글로벌 관광대국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국내에는 갈 곳이 없다’며 한국인들이 줄지어 일본으로 향하게 된 배경이다.
26일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12년 방일 외래 관광객 수는 836만명으로 한국(1110만명)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러나 2019년에는 일본이 3188만명으로 급증하며 한국(1753만명)을 압도했다. 2024년에는 일본이 3687명, 한국이 1636만명으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눈여겨볼 점은 한국인이 방일 외래객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방일 한국인 수는 2019년 558만명에서 2023년 696만명, 2024년 882만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빠르게 넘어섰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전체 외래객 중 24%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사용한 비용은 약 9조원으로 중국(16조원) 다음으로 많았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관광산업 육성 전략이 성패를 갈랐다. 1990년대에 경기 침체가 일본 경제를 강타하자 당시 일본 정부는 관광산업을 경제 회복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인식했다. 일본은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부터 ‘관광입국’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는 등 관광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2006년 '관광입국추진기본법'을 제정해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고 관광진흥기금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고 비자 정책을 완화해 외국인 관광객의 방일에 불을 지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무비자 방문을 확대했다.
2008년에는 관광청을 국토교통성 산하에 신설해 관광 정책 수립과 진흥 활동을 전담하게 했다. 일본 관광청은 해외 미디어와 협력해 일본 매력을 홍보했다. 이러한 전략은 인바운드 관광객 수 증가와 관광수입 증대로 이어졌다.
정부 정책 덕에 일본은 ‘잃어버린 30년’ 속에서도 지난 10년간 관광산업으로 버틸 수 있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 GDP는 연평균 2.4%씩 감소했지만 외래 관광수입은 연평균 19.6%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2024년 방일 외국인의 여행소비액은 2023년(5조3065억엔) 대비 53.1% 증가한 8조1257억엔을 기록했다. 1인당 여행지출액은 22만7000엔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이는 일본의 연간 수출 2위 품목인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출액(6조756억엔)보다 더 큰 규모다. 또한 일본은 세계경제포럼(WEF) 관광발전지수 평가에서도 2019년 이후 2~3위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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