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과제 연구개발비로 지급된 법인카드를 외부인에게 넘겨 수천만원을 부당 사용하게 한 공기업 직원의 해고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진현섭)는 서울도시주택공사(이하 공사) 직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0년 공사에 입사해 2018년부터 국토교통부 공모 개발과제의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A씨는 연구개발비 집행 등 과제 실무를 담당해왔다. 문제가 된 것은 2022년. 공사는 내부 공익신고를 통해 A씨의 연구개발비 부적정 집행 의혹을 접수하고 감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 A씨는 연구개발비 전용 법인카드를 공동연구기관인 대학 소속 학부생 등 외부인에게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카드번호와 비밀번호까지 전달한 뒤, 학생들이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사용한 금액은 총 2400여만원에 달했다. A씨는 이를 마치 사무용 소모품 구입인 양 회계 결의서를 꾸며 처리했다.
공사는 2023년 8월 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를 해고했다. 이에 A씨는 해고가 과도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결국 A씨는 “연구 성과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법원에 중노위 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외부인이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장기간 반복적으로 비위를 저질렀다”며 “그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사 직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공사의 연구개발비 운영에 대한 청렴성을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 아니라 연구 전문기관으로서의 대외 신뢰도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공기업 직원은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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