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꿀벌, 작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자연생태계의 수호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관심은 주로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쏠리기 마련이고, 동물원에 간 어린이들은 대개 사자나 코끼리를 먼저 보려고 달려가곤 한다. 이처럼 인간의 관심은 눈에 잘 띄는 동물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자연 생태계에서는 몸집은 작지만 정말 큰 역할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바로 꿀벌이다.
꿀벌은 벌의 날(5월 20일)이 제정될 만큼 우리 자연과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꿀벌은 단순히 꿀만을 생산하는, 양봉산업에서만 주목받는 곤충이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주요 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을 통한 수분(受粉)으로 생산된다고 한다. 맛있는 사과, 딸기와 같은 과일은 물론, 식후에 꼭 한 잔씩 해야 하는 커피, 당 떨어지면 찾게 되는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즐기는 음식 대부분이 꿀벌 없이는 먹을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는 꿀벌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 꿀벌 군집 수는 약 1억 210만 개로, 1990년 대비 47% 증가했다. 이유로는 중국과 인도 등에서 양봉업이 확대되면서 꿀벌 군집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미와 유럽으로 눈을 돌려보면 정반대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에서는 2010년 이후 꿀벌 절반이 사라졌으며 2006년 미국에서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벌집에 남아있던 여왕벌과 애벌레가 굶어 죽어 꿀벌 집단이 실종되는 ‘군집붕괴현상’을 처음 발견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꿀벌 감소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국내 재래 꿀벌의 개체 수는 98% 감소했으며, 2022년에는 양봉 벌통 50만 개를 폐사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꿀벌이 집단적으로 갑자기 사라지는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기후변화와 환경 급변, 외래종의 출현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기준, 뉴노멀 상황이 전개되면서 꿀벌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되고 있다. 사람도 여행을 가면 물갈이를 하면서 하루이틀은 잘 먹지도 못하고 속이 뒤틀릴 정도로 고생을 하는데, 민감한 곤충들은 더더욱 변화무쌍하게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와지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올해 세계자연기금(WWF)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기상 변동성이 어떻게 전개되면 꿀벌의 군집 안정성이 훼손되는지 밝혀졌다. 원래 꿀벌은 기온이 20~30℃에서, 그리고 풍속은 초속 0~4미터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꽃가루를 찾아 다닌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을 때에는 활동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최근으로 올수록 날씨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이 있는 기후에서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게 느껴진 것이 꿀벌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 셈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으스스하게 추웠던 날씨가 오늘 갑자기 반팔, 반바지를 입어야 할 만큼 더워지는 것이 인간들에게는 여분의 옷가지를 준비하면 되는 정도였지만 꿀벌들에게는 벌집을 나가면 즉사하는 환경으로 변화된 것이다.
아직까지는 꿀벌이 급감하는 현상이 이례적이다라고 뉴스에서나 보도되고 있지만, 그로 인해서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했는지 직접적으로 연결되면서 발생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 때문에 시야가 좁은 우리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작은 꿀벌 군집 생태계의 붕괴는 그들이 제공하던 수분을 넘어서서, 생물다양성, 식량안보 등과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계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야기한다.
필자는 꿀벌이 수분(受粉)하는 것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지만, 아직까지 인류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라는 결론을 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기업 드롭콥터(Dropcopter)는 드론을 이용해 꿀벌처럼 과수원에서 수분(受粉)을 시험중이다. 폴란드에서는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꿀벌로봇(B-Droid)이 수분을 시연하기도 했다. 아직은 시험과 시연 단계에 있는 인공수분로봇이 꿀벌을 대체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점이 존재한다. 꿀벌만이 인지할 수 있는 꽃의 종류와 개화 상태를 로봇이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가, 아주 작은 크기의 배터리가 오랜 시간동안 작동할 수 있는가, 그리고 조금 더 근본적으로는 단지 수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생태계의 연결 고리안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는 꿀벌의 역할, 즉 생물다양성의 역할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꿀벌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막연히 첨단기술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현실적으로 볼 때 너무 먼 이야기이기에 당장 실행 가능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농약을 사용할 때 조금 더 환경에 피해가 덜 가는 제품을 사용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다 자연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영농 시스템을 상용화해야 할 것이다.
친환경, 친환경 부르짖는 것도 있겠지만, 꿀벌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이 일년내내 꿀과 꽃가루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개화 시기가 다른 식물을 다양하게 심는다면 너무 낭만적인 생각일까. 다양성을 고려하는 차원에서 서로 다른 꽃들이 꿀벌의 수분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생각해 보았다.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신성장전략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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