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취임한 고이즈미 농림상은 '쌀 담당 장관'으로 자임하며 연일 쌀값을 낮추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공급량에 명확한 한계가 있는 비축미 방출만으로는 장기적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와 외신 등에 따르면 고이즈미 농림상은 24일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열린 강연에서 현재 쌀값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하고 급등한 쌀값을 억제하기 위해 비축미를 5㎏당 2000엔(약 1만9000원)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순 일본 슈퍼에서 판매된 쌀 가격이 5㎏에 평균 4268엔(약 4만1000원)이었는데, 비축미 소매가 목표치를 현재 쌀값의 절반 정도로 정한 것이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비축미 소매가를 낮추기 위해 운반 비용을 정부가 부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방출하는 비축미 양은 30만t으로, 올해 3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입찰 방식으로 내놓은 양과 거의 같다.
그는 본래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비축미 5㎏을 슈퍼에서 2000엔대에 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목표치를 2000엔으로 훨씬 더 낮췄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비축미 소매가를 이처럼 낮출 수 있는 중요한 근거로 판매 방식 변경을 들었다.
지금까지는 입찰을 실시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자에게 비축미를 판매했으나, 앞으로는 수의계약을 통해 기존의 복잡한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고 대형 소매업자 등에 직거래 형태로 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종래 유통 방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한 모양새"라며 "도매업자가 개입하지 않으면 유통 단계 정체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해 여름 난카이 대지진 관련 임시정보가 발령된 이후 쌀 수요가 늘면서 품귀 현상이 이어졌음에도 농림수산성 대책은 항상 늦었는데, 고이즈미 농림상이 연이은 쌀값 인하 발언으로 상황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고이즈미 농림상이 추진하는 비축미 염가 방출이 쌀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수요가 있다면 비축미를 무제한 방출하겠다고 강조했으나, 현재 남아 있는 비축미는 약 60만t이다. 수의계약으로 30만t을 팔면 남는 것은 30만t 정도에 불과하다.
또 계약을 서두르다 보면 특정 업자에게 비축미가 쏠릴 수 있고, 이는 공정성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지적했다.
닛케이는 고이즈미 농림상이 정부 주도 방식의 가격 인하를 위해 배수진을 쳤다고 평가하면서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나오더라도 시장 메커니즘을 무시한 인하 압력은 가격의 심한 변동 등 부작용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해설했다.
이 신문은 오랫동안 쌀 생산을 억제해 온 일본의 농업 정책이 쌀값이 오른 근본적 원인이라고 짚었다. 일본 정부가 식품 다양화로 쌀이 남게 된 1970년대부터 생산을 억제하며 쌀값을 유지해 온 정책이 이번 쌀값 파동을 낳았다는 것이다.
오이즈미 가즈누키 미야기대 명예교수는 쌀 가격 인하와 관련해 "증산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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