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미국 무역 협상 대표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까지 각국을 상대로 관세 압박에 나섰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절반 가까이 지나간 데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이 협상에 속도를 내려는 모습이다.
베선트 장관은 18일(현지시간) NBC 인터뷰에서 “국가들이 선의로 협상하지 않으면 관세율이 명시된 서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언급하며 “협상하지 않으면 (관세가) 다시 4월 2일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9일부터 7월 8일까지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한 가운데 현재 각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행사에서 “향후 2~3주 이내에 (각국에) 스콧(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러트닉 상무장관)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그들이 내야 하는 것을 알려주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며 재차 관세 압박에 나섰다.
이는 미국이 교역 규모가 큰 18개 국가와는 개별적으로 협상하되 그 외 국가들과는 지역 단위로 관세를 설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까지 미국과 무역 협상을 매듭지은 곳은 영국뿐이고 한국, 일본, 인도 등 주요 아시아 교역국들은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에 강경한 자세로 맞서며 열띤 관세 공방을 주고받은 중국이 최근 미국과 일시적 '관세 휴전'에 성공하자 다른 국가들 역시 협상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앞서 미·중 양국은 지난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90일간 서로에 대한 관세를 115%포인트씩 줄이기로 합의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 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스티븐 올슨 선임 연구원은 "많은 국가가 제네바 합의 결과를 보고 트럼프가 자신이 무리수를 뒀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결론 내릴 것"이라면서 "협상의 역학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당초 트럼프 행정부와 발 빠른 협상에 나섰던 일본도 협상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우리는 (협상) 기한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기한에 과도하게 몰입한 나머지 우리 국익에 해가 되는 것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의 자동차 관세는 수용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베트남 등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경제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들은 중국과 같은 강경 전략을 취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카트리나 엘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협상력)가 너무 강력해서 미국이 입장을 굽힐 수밖에 없지만 다른 국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미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4월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등 중국 주요 경제지표들은 모두 증가세가 둔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미·중) 관세 휴전이 지속되더라도 전반적인 역풍을 감안할 때 중국 경제는 앞으로 몇 분기 동안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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