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주요 자동차업체 중 하나인 닛산 자동차가 2027년까지 전 세계에서 7개 공장을 감축하고, 전 세계 직원 수의 15%에 해당하는 2만 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닛산은 그동안 여러 차례 구조 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체질 개선에서 실패하면서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가 급감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사업 환경에 먹구름이 가득한 상황이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닛산은 북미 수출 거점인 멕시코에서 공장 2곳을 폐쇄하기로 하고 검토에 들어갔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 아르헨티나 공장도 각각 1곳씩 문을 닫기로 했다.
폐쇄 예정인 멕시코 공장 중에는 닛산의 주력 공장 중 하나인 시박(CIVAC) 공장도 포함됐다. 1966년 설립된 닛산 해외 공장 중 가장 오래된 공장으로 닛산의 세계 진출 기반을 다진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해외에서 폐쇄 대상으로 거론되는 공장은 모두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에 위치한 곳들이다. 닛케이는 “신흥시장을 통해 성장을 견인한다는 방침에서 전환해 일본·미국·유럽·중국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해외 공장뿐 아니라 닛산의 창업지인 가나가와현 공장 2곳도 휴업 또는 폐쇄를 검토 중이다. 가나가와현의 옷파마 공장과 쇼난 공장은 그동안 닛산의 일본 내 주력 공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1961년 가동을 시작한 옷파마 공장은 2024년 10월 말 기준 3900명이 근무 중으로 ‘노트’ 등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쇼난 공장은 닛산 최대의 거점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으로, 상용 밴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닛산의 일본 국내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 일본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가나가와현 공장이 폐쇄되면 닛산의 일본 내 생산 능력은 39만대 감소한 약 80만대로 줄어든다. 닛케이는 “공급망 유지에 필수 라인인 100만대를 밑돌게 되면서 일본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관련 산업을 포함해 고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닛산의 거래처는 일본 내 약 2만여 곳에 이른다. 옷파마 공장이 위치한 가나가와현은 2030개의 닛산 거래 업체가 있어 일본 전체에서 세 번째로 많다. 또한 옷파마 공장 인근에는 종합 연구소와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는 시험장 등도 인접해 있어 지역 경기 침체로 직결될 우려가 있다.
닛산이 계획대로 일본 공장을 폐쇄하면 2001년 도쿄도 무사시무라야마시 공장 문을 닫은 이후 24년 만에 공장 폐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닛케이는 “지자체 등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한편 닛산은 판매 부진에 따른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7~8월부터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일본에서 조기 퇴직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닛산은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에 6708억엔(약 6조45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향후 미국 관세 등 영향으로 사업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조기 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조기 퇴직 대상은 ‘개발·생산·디자인’ 이외 부문에 종사하는 45세 이상 65세 미만의 사원이다. 직종은 주로 영업 및 사무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직종별 인력 구조조정 인원은 생산직 1만3000 명, 사무직 3600명, 연구직 3400명으로 정했다.
닛산은 미국과 중국에서 노후화된 라인업 탓에 기존 소비자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고, 흑자전환을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하지만 올해 초엔 혼다자동차와의 합병까지 무산되고 말았다.
다만 이달 13일, 닛산은 혼다자동차와 미국에서 사업 협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반 에스피노사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혼다자동차와의 합병은 무산됐지만 혼다는 여전히 프로젝트나 파트너십, 통합 및 자본투자, 스핀오프(분사)에 관한 한 유력한 잠재 후보”라고 언급했다.
닛케이는 이에 대해 “관세로 인해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의 생산과 공급망 효율화가 불가피해졌으며, 이 분야를 중심으로 검토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닛산과 혼다는 2024년 8월에 포괄적 업무 제휴를 맺은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부품 등의 공통화 분야에서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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