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외곽 및 지방 정비사업장에서 ‘컨소시엄’이 화두다.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은 지역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단독 수주를 원하던 조합도 마땅한 시공사를 찾기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컨소시엄 입찰 제한을 푸는 등 빗장을 열고 있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신당 10구역 재개발 조합이 지난 12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결과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만 참여해 수의계약을 맺을 전망이다. 조합은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 입찰에 나섰지만 시공사를 찾지 못해 결국 컨소시엄 금지 조건을 없앴다.
통상 조합들은 공동 도급을 꺼린다. 다수의 건설사가 수주전을 벌이면 경쟁적으로 나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데 컨소시엄을 이루면 경쟁 가능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동별로 품질 차이가 발생해 단일 브랜드 아파트보다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도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 6·7 단지를 비롯해 개포주공 5단지, 도곡개포한신, 잠실우성4차 조합 등은 시공사 입찰에서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는다.
반면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높은 지역은 수주전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지만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합종연횡을 통해 공사비 부담을 덜자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공사들의 사업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면서 서울 내에서도 마지못해 컨소시엄 입찰 금지 조항을 해제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공사비 약 8700억원의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 사업도 컨소시엄 참여를 허용한 뒤 지난달 말 주민 총회를 통해 DL이앤씨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권을 획득했다.
앞서 서대문구 가재울7구역 재개발사업 조합도 첫 시공사 입찰에서 '컨소시엄 불가' 조건을 내걸었지만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조합이 컨소시엄 금지 조건을 풀고 공사비를 5603억에서 6138억으로 높인 끝에 GS건설·한화 건설부문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맞이했다.
한 조합 관계자는 "강남 등 입지가 좋고 사업성에 자신 있는 정비사업 조합들은 컨소시엄 금지 조건을 내걸고 경쟁 입찰을 유도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공동도급은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 문제 때문에 계약이나 품질관리에도 신경 쓸 부분이 많지만 시공사 찾기가 어려워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 경우 사업비가 1조원이 넘는 대형 정비사업도 컨소시엄이 수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사비만 1조4447억원인 부산 연산5구역 재건축 사업은 지난 3월 롯데건설과 현대건설이 함께 시공권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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