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9년 만에 조 단위 인수합병(M&A)에 나서며 글로벌 공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급성장하는 데이터센터 공조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냉난방공조(HVAC) 기업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2016년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80억 달러에 인수한 뒤 8년 만에 성사된 최대 규모 M&A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최대 HVAC 기업 플랙트는 글로벌 제약사, 헬스케어, 식음료 등 60개 이상 다양한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매출은 6억5000만 유로 수준이며 직원 수는 3400명이다.
글로벌 공조 시장은 지난해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씩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AI발(發) 특수가 한창인 데이터센터용 공조 시장은 2030년 441억 달러로 연평균 18%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플랙트 인수에 나선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가정·상업용 시스템에어컨 등 개별공조(덕트리스) 중심으로 공조 사업을 영위해 왔다. 앞서 지난해 5월엔 미국 공조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삼성전자의 기존 판매 채널에 레녹스 판매 채널을 더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한 바 있다. 이번 플랙트 인수로 대형 고객과 고효율 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중앙공조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게 됐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은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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