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돈맥경화] 석화·정유·배터리 CAPEX 감축 기조 이어져...반도체도 위험권

  • 양대 석화 업체 설비투자 1조원 감축

  • 정유도 감축 기조...에쓰오일만 대규모 투자

  • "생존 위기" 배터리 대미 투자 외에 올스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주요 제조업 기업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설비투자(CAPEX) 감축 기조를 이어간다. 공급과잉 우려가 큰 석유화학과 정유 산업은 설비투자가 0(영)에 수렴하고 캐즘(일시적 수요적체)에 직면한 배터리 업계도 대미 투자 외에 다른 투자를 멈췄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설비투자를 원래 계획보다 1조원가량 줄일 계획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3월 "올해도 2조5000억에서 2조7000억원 규모의 사업 계획을 했지만, 우선순위 조정을 통해 1조원 이상 줄일 수 있도록 타이트하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 2월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1조원 이상 축소하고 신규 프로젝트는 보수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설비투자 비용도 신규 플랜트 건설보다 기존 설비 개조와 유지보수(MRO)에 집중한다.

석화 업계가 설비투자를 대대적으로 줄이는 이유는 중국·중동발 석화 제품 공급 과잉으로 산업 전체 불황이 지속되고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현금흐름(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국내 정유 업계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설비투자 감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세 업체는 설비투자보다 효율 개선에 집중해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고 윤활유,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에쓰오일은 모회사 사우디 아람코의 지원 아래 9조원 규모 초대형 정유·석화 플랜트인 ‘샤힌 프로젝트’를 내년 상반기 중 완공하기 위해 올해 3조5000억원대 설비투자를 집행한다.

배터리 업체들은 대규모 적자를 고려해 트럼프 관세 회피를 위한 미국 공장 증설 외에 다른 설비투자를 멈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전년보다 30% 이상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운영 효율화에 집중할 것"이라며 "재무건전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예정했던 설비투자 20~30% 감축보다 한층 강도 높은 조치다.

지난해 7조원대 설비투자를 집행한 삼성SDI는 올해 미래 먹거리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외에 다른 설비투자를 감축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올해 설비투자 예측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올해 5조원대 설비투자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SK온도 전년대비 절반 수준인 3조5000억원대 설비투자를 진행한다. 설비투자 감축으로 올해 SK온의 최대 배터리 생산능력도 199기가와트시(GWh)에서 180GWh로 하향조정됐다.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명암이 엇갈린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 계획안을 기존 22조원에서 29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8조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해 설비투자를 60%가량 늘린 것이다. 엔비디아, 구글·브로드컴 등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M15X팹 완공에 속도를 내는 것이 이유다. 지난해 반도체에 46조원대 설비투자를 집행한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다. 메모리에는 전년과 비슷한 투자가 예측되지만 파운드리는 투자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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