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0.246%로 지금까지 1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19개 나라 가운데 최저였다. 1분기 성장률 1위는 아일랜드(3.2%)였고 중국(1.2%), 인도네시아(1.1%)가 뒤를 이었다.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0.57%)은 4위였고 경제 덩치가 우리보다 큰 캐나다(0.4%), 이탈리아(0.26%) 등도 모두 플러스(+) 성장했다.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의 역성장(-0.069%)도 한국과 비교하면 미미했다.
한국의 세계 하위권 성장 성적표는 벌써 1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장기 침체 원인으로는 '약한 내수'가 거론된다. 한은은 1분기 역성장을 발표하면서 내수 치명상이 뼈아프다는 결론을 내놨다. 내수를 구성하는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성장기여도는 각 -0.4%포인트, -0.2%포인트다. 그만큼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뜻이다. 특히 건설투자는 4분기 연속 역성장으로 사상 최장기간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긴 부진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반년 가까이 지속된 정치 불확실성 내수가 생각보다 안 좋다"며 "소비심리와 기업투자가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기업들이 투자를 하겠나"라면서 "공직자들도 다음 정부에 누가 올 지 모르는데 돈을 팍팍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24년 자금순환 통계에서도 기업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65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44조원 줄었다. 기업의 순이익은 늘었지만 불확실한 경제 여건에 투자가 위축되면서 자금을 훨씬 적게 끌어 쓴 것이다. 지난해 상장기업들의 당기순이익은 105조원으로 전년(76조원)보다 늘어난 반면 건설투자는 지난해 -4%로 감소 전환했다.
기업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하반기에도 투자 계획을 줄일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 이니셔티브)는 올 상반기 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하고,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 기업의 투자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1분기 삼성전자는 전분기대비 설비투자를 5조8000억원 줄였다고 발표했다. 이외 삼성SDI,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이 투자 감축 계획을 내놨다.
박가희 SGI 연구위원은 "대내외로 경제정책이 자주 바뀌면 기업들은 투자 시점이나 규모를 결정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미 계획된 투자도 취소될 수 있다"며 "불확실성 해소와 그에 따른 충격 완화, 기업의 위험 관리 등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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