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6월 3일을 앞두고 최고 단계 비상근무 체제인 ‘갑호비상’을 발령한다. 갑호비상은 전국 경찰력을 100% 동원할 수 있는 조치로, 모든 경찰관의 연가가 제한되고, 지휘관 및 참모는 지휘선상에 상시 위치해 비상 연락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경찰청은 선거 당일 혼란과 우발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전면적인 비상 태세에 돌입한다고 8일 밝혔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이번 선거가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안전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최상위 수준의 경비·경호와 법 집행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이달 12일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경계강화 근무에 들어가고, 사전투표일인 29∼30일에는 경계 단계를 한층 높인다. 본투표일인 6월 3일에는 갑호비상을 통해 경찰 병력 전면 동원에 나선다. 투·개표소와 유세장, 후보자 동선 등 주요 거점에는 연인원 16만8000명의 경찰력이 배치되며, 물리적 충돌, 테러 위협 등 우발 상황에 대비한 대응반도 편성된다.
경찰은 선거범죄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 방침을 세웠다. 후보자 등록일인 오는 10일부터는 선거범죄 2단계 단속 체제로 전환되며, 전국 278개 경찰서에 24시간 체제로 운영되는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이 본격 가동된다. 금품 수수, 허위사실 유포, 공무원의 선거 개입, 선거 폭력, 불법단체 동원 등 5대 중대 범죄에 대해선 행위자뿐 아니라 배후까지 추적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후보자나 선거 관계자에 대한 중대한 폭력 행위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며, 딥페이크 영상 유포나 디도스(DDoS) 공격 등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선거범죄는 각 시도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직접 수사에 착수한다.
경찰 조직 내부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기강 확립을 위한 조치도 병행된다. 선거기간인 오는 12일부터 6월 3일까지 전국 경찰서에는 ‘의무위반 근절 경보’가 발령되고, 정치적 편향 발언,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 행위 등에 대한 특별 점검이 이뤄진다.
갑호비상은 국가 중대사나 대규모 재난·사회 혼란 사태에서만 발령되는 조치로, 경찰은 지난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시에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을 중심으로 갑호비상을 발령한 바 있다. 당시에도 돌발상황과 충돌에 대비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고, 전국 경찰 조직에 최고 수준의 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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