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기업 신용등급 '상하향배율'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2022년을 제외하고 1배 미만을 나타냈다.
상하향배율은 신용등급이 내려간 기업 대비 상향 된 곳의 비율이다. 1배 미만이면 신용등급 하향 기업 수가 상향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신용등급 상향, 하향된 기업이 각각 40개, 48개로 하향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등급 하향 기업이 많은 업종은 △증권·여전(11곳) △정유·석유화학(9곳) △건설·부동산·신탁(9곳) △저축은행(7곳) △유통·식품(6곳) △제약·바이오(6곳) △은행·보험(2곳) △조선·중공업·플랜트(2곳) 등 순이다.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낮아진 배경에는 고금리·고환율에 통상환경 급변, 경기 침체 등 대내외 경영환경을 뒤흔드는 요인들이 있다. 2020년 4월 평균 1224.42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평균 1441.9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제조 기업은 지출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환율 상승에 따라 기업들의 환차손이 커지면 상환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하반기에는 부실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상호관세 '90일 유예'는 7월 9일까지다. 이때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한국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은행들도 기업들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신용등급 'BB' 이하인 기업에 대출하면 대출액의 150%가 위험가중자산(RWA)에 포함되는 등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0.35%로 지난해 1분기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은 2024년 1분기 0.26%에서 올 1분기 0.34%로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17%포인트 뛰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연체율도 각각 0.03%포인트, 0.07%포인트 증가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 1분기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6조77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급증했다.
은행들은 6월 내 기업들의 신용도를 재평가해 대출 변별력을 가려낸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은 매년 한번씩 신용평가모델을 통해 기업들의 신용도를 재무점수와 비재무점수 등으로 나눠 평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재무기준으로 신용을 평가하는데 부실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금리가 높아지거나 대출받기 어려운 기업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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