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대행도 밀수입 주도하면 처벌"…대법, 불법 관세 회피 제동

인천공항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 사진연합뉴스
인천공항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통관절차에 관여하면서 밀수입 과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구매대행업자도 관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례를 확정했다. 단순 명의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수입을 주도한 자를 ‘수입자’로 인정함으로써, 급증하는 해외직구·구매대행 시장에서의 불법 관세 회피에 제동을 건 판결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영국과 국내에서 전자상거래 소매업체를 운영하며,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약 13억 원 상당의 의류를 수입신고 없이 들여오고, 약 2천만 원의 관세를 탈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미화 150달러 이하 물품은 간이통관으로 수입신고를 생략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실제로는 그보다 높은 가격의 판매용 물품을 150달러 이하인 것처럼 꾸며 통관 목록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관세법상 ‘신고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자’는 수입 명의자만 해당된다”며, 자신은 단순한 구매대행자일 뿐 밀수입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해외 구매, 목록 작성, 통관 절차 지시, 국내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한 점을 근거로 ‘물품을 수입한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관세법 처벌 규정의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자’란, 단순한 명의자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통관절차에 관여하고 밀수입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 등을 주도적으로 지배해 실질적으로 수입행위를 한 자를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구매대행업자와 관세법 위반 범죄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정립한 사례로 평가된다.

우선 대법원은 ‘수입자’의 범위를 형식적 명의자에 한정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통관절차를 기획하고 실행한 자까지 확장했다. 이는 ‘형식보다 실질’이라는 형법 일반 원칙을 관세법 해석에 적용한 것으로, 실질주의적 접근이 관세범죄 판단에도 도입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원은 누가 실제로 수입 물품의 통관절차를 지휘했는지가 책임 판단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히 ‘구매대행’ 명목을 내세워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또한, 자가사용 간이통관 제도(150달러 이하 비신고 수입)를 악용한 관세 탈루 구조에 대해, 통관 주체의 실질적 행위 여부를 기준으로 처벌 가능성을 명확히 한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관세회피를 목적으로 물품을 인위적으로 나누거나 허위신고하는 행위 전반이 사법적 통제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급성장 중인 해외직구 및 구매대행 산업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매대행업자들이 그간 ‘대행’이라는 명분으로 통관 책임을 회피해온 관행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관세청과 세관당국은 이 판례를 바탕으로 간이통관 제도 악용에 대한 단속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50달러 이하 분할 반입 △허위 신고 △명의 차용 등의 관행은 집중 단속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