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강영철 좋은규제시민포럼 이사장 "주 4.5일제, 기업 비용 10% 증가...주52시간제 부작용 반복될 것"

  • "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 발목 잡을 것…지금도 규제 많아"

  • "나쁜 규제가 기업의 영업이익률 낮춰…중대재해처벌법도 문제"

  • "입법실명제 통해 법안 발의에 책임감 갖도록 해야"

 
사진 교체
강영철 좋은규제시민포럼 이사장 [사진=좋은규제시민포럼]
"지금 대선 후보들이 너도나도 주4.5일제를 얘기하고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이 생산 수준을 유지하려면 인력을 10% 정도 더 고용해야 합니다. 이 말은 10%가량 기업의 생성이 악화된다는 겁니다. 당연히 우리 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지겠죠. 특히 주4.5일제를 할 수 있는 업종이 있고 할 수 없는 업종이 있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반도체처럼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업종의 발목을 잡는 '나쁜 규제'가 되는 겁니다."

6·3대통령선거가 한달 안으로 다가오면서 대통령 후보들은 주4.5일제와 상법 개정안 등 각종 제도 시행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면밀한 검토 없이 등장하는 선심성 공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강영철 좋은규제시민포럼 이사장은 한국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 불필요한 제도와 규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강 이사장은 지난 1일 광화문 본사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분별한 제도와 규제가 한국 경제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며 나쁜 규제를 좋은 규제로 하루 빨리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 이사장과 일문일답.

-좋은 규제란 무엇이고 나쁜 규제란 무엇인가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의 차이점은 공익 부합 여부다. 좋은 규제는 국민 전체의 공익에 부합하는 반면 나쁜 규제는 소수의 이익만을 보호해준다. 또 좋은 규제는 원인과 결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과학적 연구를 하고 이루기 위한 명확한 목표가 있다. 반대로 나쁜 규제는 과학적이지 않은 분석에 기대어 도입되고 목표조차 존재하지 않아 불필요한 비용으로 남는다. 

나쁜 규제의 구체적인 예로 과거 타다 금지법을 들 수 있다. 타다 금지법은 택시 법인과 택시 운전자만을 보호하고 그들만을 위한 규제다. 국회에서 관련 공청회가 진행될 때 타다와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논의에서 제외됐다. 국민 전체의 공익에 부합하지 않고 이 때문에 나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강 이사장은 대표적인 나쁜 규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제 △주휴수당 △상법개정안 △스쿨존 시속 30㎞ 일괄 적용 △노란봉투법 등을 꼽았다. 

-최근 대선 국면에서 새로운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 중에 가장 우려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단연 주4.5일제다. 주4.5일제의 일률적인 적용은 주52시간제의 도입 때 나타났던 모습이 반복될 것이다. 주52시간제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주4.5일제의 일괄적 도입이 가져올 부작용은 명확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만 제도의 혜택을 보고 나머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반복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주52시간제의 도입은 취지와 달리 근로자를 보호하는 조치가 아니었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면 오버차지(연장근로 수당)를 주면 근로할 수 있게 돼 있다. 근로자하고 회사가 합의하면 유연하게 근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뿐 아니라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상법개정안은 왜 '나쁜 규제'라고 보는가.
"이사의 충실의무가 한정돼 있어 기업가치가 제고되지 않는다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하다. 밸류업의 진정한 수단은 기업의 수익률을 높여 주식의 매력도를 끌어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주식의 매력도를 올린다는 이유로 거꾸로 과도한 규제를 도입하는 꼴이다. 개별 이익집단의 의견을 바탕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근거 법률 개정을 하면 기업의 운영 비용만 올라간다. 기업 거버넌스는 현재로도 충실하고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수익률을 높이려는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각종 규제가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이 추상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각종 규제는 한국 기업의 운영 비용을 불필요하게 늘린다. 기업에 요구하는 불필요한 교육과 인증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성희롱 예방 교육, 자살 예방 교육 등 우리나라의 법정 교육도 그 시간에 일을 할 수 없으니 기업에는 비용으로 작용한다. 직장 내 성희롱 등의 문제는 교육보다 처벌을 강화하면 되는 부분이다. 

과거 국무조정실에 근무할 당시 중소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3~4% 수준이었는데, 이 때 인증비용이 6% 정도 였다. 현재도 240개가 넘는 인증이 기업들의 수익저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C인증과 같이 안전을 위한 인증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나머지 불필요한 인증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한국보다 두 배가량 높은 것도 불필요한 나쁜 규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스쿨존 시속 30㎞ 제한 등은 KC인증처럼 안전을 위한 법규인데, 왜 나쁜 규제라고 부르나.
"좋은 규제가 되기 위해서는 성장과 안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만을 생각한 규제인데, 그 안전도 인과관계를 명확히 분석하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에 사고율 추이를 보면 줄어든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것은 안전에 대한 의식이 제고되면서 나타난 자연감소다. 오히려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에서 실질적인 오너들이 다 빠져나오고 '바지사장'이 들어갔다.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감리를 제대로 하고 현장 감독의 총괄 지휘권을 현장 감독한테 주면 사고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인과관계를 잘못 분석하고 도입한 대표적인 나쁜 규제다. 

스쿨존 시속 30㎞ 제한도 과도한 규제다. 면밀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전국에 도입했다. 부분적으로 실험을 통해 운영시간이나, 속도제한이 필요한 도로 환경 등을 연구해서 제대로 도입해야 했는데, 이과정이 완전 실종됐다." 

-어느 정도의 규제는 다른 선진국에도 다 있을 것 같다. 한국의 규제 상황이 다른 나라랑 비교하면 어떤가.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우리나라에 나쁜 규제가 많다. 올해 대한상의에서 발표하는 기업부담지수를 보면 105.5로 10년 전(109.5)보다 하락했지만 여전히 기준선을 상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하는 상품규제개발지수(PMR)를 보면 한국은 항상 후순위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대기업 집단 규제도 대표적인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질서 파괴 행위가 있을 때는 공정거래법을 가지고 대기업이건 중견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동일하게 취급하면 된다. 대기업 집단을 지정하고 특별 관리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그러니 중견 기업들은 회사 쪼개기를 해서라도 대기업이 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혁신 기업 탄생도 저해하고 있다. 미국의 스포티파이는 유전자 분석 업체를 인수해 DNA에 맞게 음악 추천 서비스를 제공해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민간업체에 의한 유전자 검사와 같은 부분이 대부분 법으로 금지돼 있고 병원을 가야만 한다. 우리나라가 유럽의 시스템을 가져와 개인 정보를 규제하고 있는데 유럽은 개인정보 보호를 완화하는 흐름이다."

-어떻게 하면 한국 사회에 나쁜 규제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겠나.
"입법 실명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법만 있지 법을 발의한 사람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법안을 발의한 의원 이름 붙여서 법안 이름으로 부르곤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하면 '홍길동법' 이렇게 부르자는 것이다. 해당 법을 발의한 사람이 부담을 느껴야 한다. 그러면 자기 이름을 걸고 법을 만들어야 되니까 좀 더 신중을 기하게 된다. 내가 새로운 규제를 만들 때는 이런 조건을 충족시켜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게 입법 실명제의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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