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며 화웨이의 AI 칩이 글로벌 AI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화웨이의 최신 AI 칩 어센드 시리즈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을 대체하며 중국 내 수요를 충족하고, 미국의 규제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6일 IT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AI 훈련 및 추론용 고성능 NPU(신경망처리장치) 어센드 910B의 성능은 엔비디아 A100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어센드 910B는 7nm(나노미터) 공정을 기반으로 하며, 엔비디아 A100(6~7nm)과 비슷한 공정 기술을 활용한다. 일본 아시아 AI 타임스에 따르면, 910B는 A100보다 약 18% 느리지만, 대규모 언어 모델(LLM) 훈련에서 A100의 80% 효율성을 달성하며 특정 작업에서는 20% 우위를 보인다. 세미애널리시스 보고서는 910B의 알고리즘 처리 성능이 A100과 경쟁 가능하며, 이론적으로 우위를 점한다고 평가했다.
WSJ에 따르면, 화웨이는 910C보다 성능이 강화된 어센드 910D도 개발 중이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910D는 2022년 출시된 엔비디아의 AI 훈련용 칩 H100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화웨이는 어센드 910C 칩 384개를 연결한 컴퓨팅 시스템 ‘클라우드 매트릭스 384’를 출시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72개 블랙웰 칩을 탑재한 랙 스케일 시스템 대비 1.6배 성능을 자랑하지만, 에너지 효율성은 다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화웨이는 소프트웨어 최적화로 칩 간 병목현상을 줄여 효율성을 높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AI 칩 개발은 미국의 수출 규제 이후 가속화했다. 미국은 지난해 엔비디아 A100, H100 수출을 금지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이후 저사양 H20 칩마저 제한하며 중국의 AI 발전을 억제하려 했다. 그러나 이는 화웨이의 기술 자립을 촉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화웨이는 SMIC의 7nm 공정과 자체 설계로 어센드 시리즈를 양산하며 바이두, 차이나모바일, 바이트댄스 등 자국 기업에 5000개 이상의 칩을 공급했다. 로이터는 화웨이가 이달부터 910C를 대량 출하하며 중국 내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의 규제로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서 약 7조9000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화웨이는 이 공백을 메우며 중국 AI 시장을 자국 칩으로 채우고 있다.
AI 소프트웨어에서 미국과 중국의 격차는 1%대에 불과하다는 스탠포드대학교의 보고서가 올해 초 발표된 상황에서 하드웨어에서도 두 국가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상황이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도 이를 인정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술 컨퍼런스에서 그는 AI기술과 관련해 “중국은 뒤지지 않았다”면서 화웨이의 하드웨어 개발 속도를 언급했다.
그는 “화웨이는 컴퓨팅과 네트워크 기술에서 놀라운 역량을 갖췄으며, AI 발전에 필수적인 모든 요소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국 수출 제재로 엔비디아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을 넘어 기술에서도 빠른 속도로 추격하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로이터에 따르면 젠슨 황은 최근 미국 의원들과 화웨이의 AI 역량 강화에 대한 우려를 비공개로 논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중국 내 화웨이 AI 칩 수요가 증가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엔비디아의 경제적 손실을 넘어 미국 중심의 AI기술 균형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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