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 총회] 아세안+3, CMIM 기금화 IMF 모델로 가닥…"韓 외환보유 인정 논의 주도"

한은, PIC 방식 논의 공동의장국…납입자본 인정 방안 설득

새 신속금융프로그램 신설…달러 외 엔·위안까지 다변화

4일 오전(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한·일·중 재무장관·총재회의. 왼쪽부터 히미노 일본은행(BOJ) 부총재, 카토 일본 재무장관, 란 포안 중국 재무장관, 판궁성 중국인민은행(PBC) 총재, 최지영 기획재정부 차관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아세안(ASEAN)+3 회원국들이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형 모델을 중심으로 한 납입자본(PIC) 방식 재원구조 전환에 공감대를 모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의 납입자본금 인정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안하며 논의의 방향을 이끌었다.

4일(현지시간) 한은에 따르면 이날 이창용 총재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제25차 한·일·중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제28차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했다.

한·일·중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는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주요 의제를 미리 점검하고, 한·일·중 간 경제·금융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회의다. 아세안+3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일·중 3국으로 구성된 협의체다.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아세안+3 지역 금융 협력과 관련해 역내 CMIM의 새로운 재원조달 구조로 논의 중인 PIC 방식에 대해 향후 IMF형 모델에 집중하는 데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한은은 외환보유액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IMF형 모델을 지지했으며, 회원국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PIC 전환과 관련 기술적 작업반(TWG)의 공동의장국 역할을 맡게 됐다.

이 총재는 "그간의 성과가 CMIM 신뢰성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회원국 간 구체적 모델 합의, IMF와의 추가 협의 진행 등 단계적 접근법을 통해 진전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회원국들은 역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대, 물가상승률은 2% 이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보호무역주의 고조에 따른 경제 분절화 △글로벌 금융 여건 악화 △주요 교역국 성장 둔화 등 높은 불확실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대응해 재정정책 대응 여력 확보, 통화정책의 신중한 조정, 외부충격 완충 장치로 환율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 중심 자유무역체제를 지지하고 국제기구의 관련 정책 권고 역할을 촉구하는 한편, 역내 당국간 거시경제 정책대화 및 금융 협력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CMIM 내 새로운 신속금융프로그램(RFF)을 공식 신설하기로 했다. RFF는 자연재해 등 일시적 외부충격에 따른 위기 해소를 위해 사전·사후 조건 없는 소규모·단기 자금지원 프로그램이다. 기존 CMIM은 달러화만 공여 가능했으나, 이번 협정을 통해 엔화·위안화 등 적격 자유교환통화(FUC)까지 공여 통화로 확대된다.

올해는 RFF의 원활한 작동을 점검하기 위한 모의 훈련도 병행될 예정이다. 이는 향후 RFF 제도의 정식 실행을 위한 준비 단계로, 각국의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실험하는 방식이다.

끝으로 회원국들은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의 감시 기능 강화, 전략 방향 업데이트, 디지털 금융위험 대응 등 금융 협력의 폭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