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그룹의 동양·ABL생명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우리금융은 2027년 말까지 반기마다 내부통제 개선계획과 중장기 자본관리계획 이행실태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는 2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이와 같은 조건을 내걸고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자회사 편입 승인요건에 미달했지만, 논의 결과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조치 없이도 경영상태가 건전하다고 판단했다.
또 우리금융이 금감원 검사 이후 조치 요구사항 21건 중 17건에 대한 개선을 완료했고 시간이 필요한 나머지 4건에 대해 구체적인 개선계획을 마련한 점도 반영됐다. 이에 더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부통제 개선계획, 중장기 자본관리계획 등을 제출한 점도 금융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는 우리금융에 내부통제 개선계획과 중장기 자본관리 계획의 차질없는 이행을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2027년 말까지 이행실태를 금감원에 보고하고, 금감원은 관련 내용을 점검해 연 1회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제출한 내부통제 개선계획 등의 이행현황을 반기마다 확인해 이행현황을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관련 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부과할 수 있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주식처분 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동양생명 본사(왼쪽)와 서울 영등포구 ABL생명 본사 [사진=각 사]
자회사 편입 승인이라는 큰 산을 넘은 우리금융은 앞으로 동양·ABL생명을 그룹에 편입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우선 두 기업의 전반적인 규정체계, 재무·회계, 위험관리, 준법감시, 전산시스템 등에 우리금융의 경영관리체계를 적용한다. 또한 보험사 임직원과의 소통을 통해 소속감·일체감을 제고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해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내실성장, 미래가치 확보, 건전한 자본관리를 중심으로 보험사를 경영하고 고객 우선의 관점에서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해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 기술로 신속하고 정확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룹 시너지(동반상승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발굴·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동양·ABL생명을 ‘탄탄한 자본관리에 기반해 혁신·성장하는 보험사’로 성장시키고, 그룹 차원에서도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날 그룹 임직원에게 “여러 과제를 차질 없이 마무리해 자회사 편입 이후 협업 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빈틈없이 준비해달라”며 “우리금융의 혁신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이 이뤄진 만큼 인수 이후에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혁신을 위해 향후 5년간 약 1000억원을 투입하고, 회장이 3연임하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2027년 말까지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13%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중장기 재무구조 안정화 방안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