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원이 ‘파기자판’이 아닌 ‘파기환송’을 선택한 것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대법원은 허위사실 공표가 인정된다고 보면서도 곧바로 유죄를 확정하지 않고,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법조계 안팎에선 대법원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형량 판단을 직접 하지 않고 하급심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후보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의 관계, 백현동 개발 특혜 관련 발언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형을 선고하지는 않고 “원심 판결에 법리 오해가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대법원이 공직선거법상 유죄 판단을 내렸지만, 피고인의 구체적 형량이나 양형 조건을 직접 결정하지 않고 하급심에서 다시 판단하도록 한 부분을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해 파기자판이 아닌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봤더라도 파기자판을 선택하기엔 여러 한계가 있다고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심과 2심이 엇갈린 시점에서 파기자판 가능성은 애초에 희박했다는 시각이다.
우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형 판단 등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김문기·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명시하며 유죄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그 외 다른 발언들의 의미, 이 후보의 고의 유무, 발언의 전체적 맥락, 참작 사유, 양형 요소 등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397조에 따라 파기자판 요건인 “사실이 명백”하지 않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는 선거기간 중 반복된 발언을 하나의 죄로 구성하는 포괄일죄다. 일부 발언이 유죄더라도 전체 공소사실을 다시 살펴야 하며, 전체 발언 맥락을 재구성하고 양형을 검토해야 하므로 대법원이 직접 판단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하나의 포괄일죄에 해당해 일부만 유죄 판단되더라도 나머지 발언의 무죄 판단은 유지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이 유죄 판단을 내리면서도 사건 전반의 법률적·사실적 쟁점을 종합적으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이나 부담 회피 해석도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대법원 스스로 형을 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안이 단순하거나 명백하지 않다는 판단이 전제되어야 파기자판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은 1심 유죄, 2심 전부 무죄, 다수 혐의가 엮인 포괄일죄로 복잡성이 높다는 점에서 환송을 택한 것은 절차상 합리적 결정이라는 평가도 있다.
형사소송법 제397조는 대법원이 파기자판의 요건을 규정함과 동시에 ‘사건을 심리하기에 필요한 사실의 조사가 부족하거나 그 외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파기환송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유죄 판단은 대법원이 내렸으나, 전체 공소사실과 형량에 관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이 이뤄졌다고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파기자판을 하지 않은 결정은 형사소송 절차의 일반 원칙과 파기자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법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대법원의 파기자판 사례는 극히 드물다. 법원행정처의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형사공판 사건 중 파기자판은 17건(판결 대비 0.3%)에 그쳤다.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의 경우 최근 10년 사이 1612건 가운데 파기자판 사례는 단 1건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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