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의존 베트남, 美 관세 위기에 '산업 체질 개선' 나선다

  • 베트남 경제 충격 속 공급망 재편 불가피

베트남 수출용 목재 가공 현장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수출용 목재 가공 현장 [사진=베트남통신사]


미국이 베트남산 수출품에 최대 46%의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베트남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기이자 공급망 재편의 기회로 분석하며,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진출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지난 달 베트남산 제품에 대해 최대 46%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베트남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일주일 만에 베트남 증시가 약 10% 급락하는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확산됐다. 미국이 이후 90일간 관세 적용을 유예하고 양자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일시적 휴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응우옌찌히에우(Nguyen Chi Hieu) 베트남 글로벌금융부동산시장연구소장은 "46% 관세가 적용될 경우, 베트남 전체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베트남산 제품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력 수출품인 섬유, 전자제품, 목재, 농수산물 분야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베트남 정부가 설정한 8% GDP(국내총생산) 성장 목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들도 투자 재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베트남 내 전자부품 생산 근로자 모습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내 전자부품 생산 근로자 모습 [사진=베트남통신사]


다만, 위기 속에서도 베트남은 공급망과 생산 모델 전환을 통한 구조 개혁의 기회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응우옌떳틴(Nguyen Tat Thinh) 베트남기업지식연구소 고문은 "지금은 베트남 경제가 단순 조립·가공 중심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며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베트남 기업들이 중국산 제품을 '메이드 인 베트남'으로 둔갑시켜 미국 시장에 우회 수출했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히에우 소장은 "원산지 추적 및 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이러한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공급망 관리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단속 강화를 본격화했다. 베트남 상공부는 최근 9호 지시문을 발행해 원산지 감독을 강화했으며, 베트남상공회의소(VCCI)의 원산지 증명서(C/O) 발급 권한도 회수했다. 이는 국가 브랜드 신뢰도 훼손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도응옥흥(Do Ngoc Hung) 주미국 베트남 상무관은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품 원산지 투명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C/O 발급 기관과 수출 기업 모두 엄격한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응우옌반중(Nguyen Van Dung) 호찌민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공급망 투명성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은 원재료부터 최종 수출까지 전 과정의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도 베트남 제품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응우옌티호앙투이(Nguyen Thi Hoang Thuy) 주스웨덴 베트남 상무관은 "이번 미국발 관세 조치는 '차이나 플러스 원(중국 + 1)' 전략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 소비지 인근 생산)' 트렌드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트남은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갖춘 강점이 있지만, 여전히 중국산 원재료 의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 기업들은 이번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전자, 섬유, 물류 등 분야에서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 중인 한국 기업들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연구개발(R&D), 디자인, 핵심기술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호꾸옥뚜언(Ho Quoc Tuan) 영국 브리스틀대학(베트남 캠퍼스) 재정회계 전공 교수는 "기업들이 이번 위기를 활용하려면 생산과정 투명화, 원산지 추적 시스템 구축 등 근본적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관세 장벽이 오히려 베트남 경제의 '보이지 않는 비용'을 줄이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틴 고문은 "베트남은 이번 위기를 넘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창의적 혁신과 고급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발전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생산역량을 키워야 외부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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