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양은 남부 지방의 동남쪽에 치우쳐져 있어 눈을 구경하기 힘든 지역이다. 그러나 올해는 그것도 정월 대보름에 눈이 내려 시민들은 약간 당황하면서도 동심에 빠져 새하얀 설경을 즐겼다.
밀양의 대부분이 설경에 잠겨 새하얀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밀양의 자랑, 지난해 국보로 다시 지정된 '영남루'의 설경은 압권이다.
고풍스런 누각의 자태 위에 살포시 내려 앉은 흰 눈과 더불어 영남루를 휘감듯 흐르는 밀양강의 풍경 또한 한편의 시상(詩想)을 떠오르게 하기 충분하다.
천산조비절(千山鳥飛絶) 만경인종멸(萬徑人踪滅) 고주사립옹(孤舟䓾笠翁) 독조한강설(獨釣寒江雪), 이 시를 읇조리다 보면 눈 오는 날 낚시하는 노인이 금방 눈앞에 나타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른 아침부터 보기 힘든 밀양의 설경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영남루를 찾아 설경을 만끽하고 있다.
밀양시 삼문동에 사는 A씨는 "밀양에 이사 온 지 10년이 돼 가는데 눈이 이렇게 쌓이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아이들과 함께 모처럼의 설경을 구경하러 왔는데 아이들보다 내가 더 설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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