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는 이번 미국 대선에도 유효하다. 대선을 판가름할 사안은 단연 경제다. 최근 상승세를 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주 첫 경제공약을 내놓고 '해리스노믹스'를 제시했다. 다만 그 현실성과 실효성에 있어선 의문이 남는다.
16일(현지시간) 공개한 '해리스노믹스' 키워드는 중산층이다. 중산층 강화를 위해 세제 혜택을 주고, 정부 규제와 지원을 늘려 식료품·의약품·주택 가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공약에 대해 벌써 우려가 크다. 현재 미국이 직면한 최대 경제 문제는 고물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여 만에 2%대로 떨어졌지만 주거비 오름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일반 소비자들은 고물가에 대한 진지한 해결책을 원한다.
해리스는 고물가 원인을 일부 기업의 일탈로 규정하고, '바가지' 식품 대기업을 겨냥한 고강도 조사와 규제를 공언했다. 하지만 이는 부적합한 관행 타파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구조적 원인은 건드리지 못한다. '두 개의 전쟁' 등 국제 정세 혼란에 따른 공급망 불안과 고금리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부족하다. 오히려 '반시장적'이라는 재계와 중도층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크다.
아울러 세액 공제와 주택 공급, 의료 지원 확대는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 비당파 예산 감시기관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는 해리스의 전체 공약이 이행되면 10년간 미국 연방 재정적자가 1조7000억 달러가량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월 미국 정부 재정적자가 전년 동기 대비 10% 늘어난 2440억 달러(약 334조원)에 달한 상황에서 가뜩이나 불어난 재정적자를 부채질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해리스는 재원 마련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해 비판이 쏟아졌다. 트럼프 측은 "(사회주의 국가)쿠바에나 어울릴 정책"이라 평가절하했고, 친민주당 성향 매체인 워싱턴포스트(WP)조차 "실질적 계획을 제시하는 대신 대중적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해리스는 최대 약점으로 부각된 '경제' 분야 신뢰도 설문 조사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금리를 인하하고, 경제지표가 좋게 나온다면 해리스의 상승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실화하지 못한 공약은 언제든지 유권자의 실망을 부를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이 최근 공화당 주도 7개 주에서 좌초될 위기에 놓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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