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목 칼럼] 세계 최강 미 군사력 비결은 …'군인에 대한 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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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영어학과 교수
입력 2024-06-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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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영어학과 교수
[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영어학과 교수]



6월 6일은 현충일(顯忠日)이다. ‘충성’을 내보이는 날이라는 의미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을 기리는 날이다. 한국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날이 미국에서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5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을 ‘메모리얼 데이’로 지정하여 우리와 같이 나라의 순국선열을 추모한다. 그 시작은 남북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으나, 그 이후 미국이 치르는 여러 전쟁에서 사망한 전사자들을 기리는 날로 바뀌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대를 보유한 나라이다. 세계 곳곳에 미군기지를 운영하면서 전쟁을 수행하는 상시 전쟁 국가라서 그 군사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이 이러한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의 한 가지는 군인들에 대한 처우와 국민들의 군에 대한 인식이다.
 
미국은 135만 현역 미군들의 입대와 제대 그리고 전사에 이르기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혜택을 제공한다. 군인에 대한 예우는 죽어서도 끝이 나지 않는다. 전사자의 유해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본국으로 송환하여 예우와 책임을 다한다. 미국에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유해감식 전문기관인 ‘실하이(CILHI)’, 즉 ‘미육군 중앙신원확인소(U.S Army Central Identification Laboratory in Hawaii)’가 있다. ‘실하이’는 전사하거나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발굴, 감식 그리고 송환을 주목적으로 한다. 미군은 설사 임무 수행 중에 죽더라도 이들이 자신의 유해를 반드시 찾아서 고향으로 보내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전투 중 사망한 미군의 유해를 고향까지 장중하게 운송하는 장면은 ‘챈스 일병의 귀환(Taking Chance)’이라는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에서 잘 묘사되어 있다. ‘Taking Chance’라는 의미는 사람 이름의 ‘Chance’이기도 하지만, 등장인물이 유해를 운송하는 기회를 가진다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이라크 전에서 목숨을 잃은 챈스 펠프스(Chance Phelps) 일병의 유해를 가족이 사는 작은 마을까지 운반하는 이야기이다. 2004년, 미 해병대의 마이클 스트로블 중령은 행정업무를 하면서 후방에 머무는 자신에 대하여 자괴감을 느끼다가, 전사자 명단에서 자신과 같은 고향인 콜로라도주 출신의 19세 챈스 펠프스 일병을 발견하고 그의 유해를 유족이 있는 곳까지 운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유해가 운구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미국민들이 보여주는 모습과 태도에서 군대와 군인,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전사자에 대한 엄청난 예우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미국과 미군의 힘이다.
 
미군이 세계 최강의 전력을 보유하는 여러 이유 중의 으뜸은 역시 세계 최강의 군인복지이다. 최첨단의 군 장비와 시설뿐만 아니라, 군인을 대하는 국민들의 정서와 군인을 우대하고 존중하는 문화도 정신적인 차원의 복지이다.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 중 제대군인의 비중은 무려 25%나 된다. 미국에서는 1979년, 제대군인 우대 제도가 수정헌법 14조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소송이 있었다. 이름하여 ‘매사추세츠 인사행정국 대(對) 피니(Personnel Administrator of Massachusetts v. Feeney, 442 U.S. 256)’로서 제대군인을 우대하도록 규정한 법이 합헌이라고 판결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이다. 수정헌법 14조의 핵심은, 적법절차 조항(Due Process Clause)을 통해 정부가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을 정당한 절차 없이 함부로 박탈하지 못하고, 법의 평등 보호 조항(Equal Protection Clause)을 통해 정부가 모든 국민들을 평등하게 대우하고 법의 보호를 동등하게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적법절차와 평등을 제한하는 정부 행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합리적 기준(Rational basis review)을 적용하여, 위헌을 주장하는 자들이 이러한 행위가 합법적인 정부의 이익과 합리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음을 입증하도록 한다. 그런데 제대군인 우대를 규정한 법이 합헌이라는 판결은 제대군인 우대는 합법적이고 가치로운 목적(legitimate and worthy purposes)에 기여한다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제대군인 우대라는 국가의 행위가 정부의 이익과 합리적인 관련성이 있다는 견해를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과거와는 달리 군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386세대들은 ‘방위’를 기억할 것이다. 군면제자는 ‘신의 아들’, 6개월 근무하는 방위는 ‘장군의 아들’, 현역은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유행했다. 그러나 요즘은 현역 복무를 자랑스러워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과거 툭하면 터지는 것이 병역비리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병역비리는 듣도 보도 못한 사어(死語)가 되었다.
 
공군 학사장교로 군복무를 마친 필자는 최근 장교지원자의 수가 격감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씁쓸한 생각이 든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사병의 월급이 오른 이상의 비율로 급여를 올리고, 제대 이후의 취업에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단기복무 장교의 단점으로 딱 한 가지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장교로 임관하게 되면 출신에 따라, 흔히 ROTC라고 하는 학군사관은 28개월, 학사장교로 불리는 학사사관은 임관 후 3년을 근무한다. 어떤 출신의 장교이든 단기 복무의 경우 대학 졸업 후 2년 내지 3년을 근무하고 취업전선에 나서게 되면, 군 제대 이후 대학에 복학하여 학업과 취업 준비를 하는 대졸자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군부대에 꿀 보직을 받았다 하더라도 민간에서 공부하는 취업준비생들과는 그 학업 여건을 비교할 수가 없다. 장교 지원자 수를 늘리고 우수한 장교 인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월급을 올리고, 제대 후 취업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국가 및 공공기관, 대기업에서 장교 제대자들을 우선 채용한다면 자연 지원율은 올라간다. 비단 장교뿐만 아니라, 부사관 등에도 적용을 고려할 사안이다. 미국인들은 그러한 문제점이 없었을 것인가? 미국 연방대법원이 바로 이러한 문제를 두고서 합헌 판결을 내린 것은 이러한 사안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는 것이다. 부디 이 문제를 군경력자 우대, 제대군인 우대와 페미니즘과 관련짓지 말자. 끝으로 한 가지 강력하게 정부에게 요구한다. 공공기관을 비롯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기관에서 사병이든, 부사관이든 장교이든, 군복무 기간을 호봉에 경력으로 인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제대군인지원법을 제대로 시행하여 각종 입사 시험에 가산점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취업 이후 군경력의 호봉을 인정하지 않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이를 강제하도록 하자.



필자 주요 이력

△부산대 번역학박사 △미국 University of Dayton School of Law 졸업 △대구가톨릭대 영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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