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엔비디아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베트남을 찾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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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호찌민(베트남) 통신원
입력 2024-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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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3일 엔비디아와 FPT 그룹 간 협력 계약 체결식사진FPT 홈페이지
지난달 23일 엔비디아와 FPT 그룹 간 협력 계약 체결식이 열렸다. [사진=FPT 홈페이지]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 엔비디아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베트남을 찾고 있다. 작년 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베트남을 방문한 이후 지난달에는 키스 스트리어 부사장이 고위 대표단을 이끌고 베트남을 찾았다. 스트리어 부사장은 작년 12월 젠슨 황 CEO가 베트남 정부와 체결한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 협력 약속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4월 22일부터 26일까지 베트남을 방문했다.

엔비디아는 AI칩 판매 시장을 넘어 동남아 지역 반도체 거점으로 베트남을 점찍고, 적극적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는 첨단 반도체 공급망 참가에 목말라 있는 베트남의 희망 사항과도 잘 맞아떨어져 협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베트남 최고 IT기업들과 협력

이번 엔비디아 대표단의 방문 핵심은 베트남 최고 정보기술(IT) 기업인 FPT그룹 및 CMC그룹과 협력하는 것이다. 우선 FPT그룹과는 포괄적 전략적 협력을 체결하고 양측이 투자금 2억 달러(약 2715억원)를 들여 AI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AI 공장이란 AI 관련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이용해 구축한 컴퓨팅 인프라로, FPT그룹이 제공하는 AI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양측은 고급 인력 양성에도 협력해 앞으로 FPT그룹이 엔비디아의 서비스 개발 파트너(서비스 제공 파트너)로 함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엔비디아와 FPT그룹의 협력은 AI 제품과 GPU 인프라 및 기술 인력을 한곳에서 제공하는 AI 및 클라우드 원스톱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쯔엉지아빈 회장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베트남을 전 세계의 AI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또한 엔비디아 대표단은 베트남 최고 IT 기업 중 하나인 CMC그룹이 보유한 오피스와 데이터센터의 복합 빌딩인 CMC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 콤플렉스(CMC Creative Space Complex)를 방문했다. 베트남 최고 통신기업 중 하나인 CMC그룹은 31년 역사를 가진 회사로, 최근 CMC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베트남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선두로 올라섰다.

CMC그룹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소개하고 베트남에서 기술 이전 및 AI 기술 개발에 협력할 수 있는 능력과 엔비디아에 인공지능 공장, 클라우드 파트너, 서비스 제공 파트너 등 국내외 기업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를 제공하는 포괄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줬다. 이에 스트리어 부사장은 CMC와 장기적으로 포괄적·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호찌민시 떤투언 CMC 데이터 센터를 찾은 엔비디아 대표단 사진베트남통신사
호찌민시 떤투언 CMC 데이터 센터를 찾은 엔비디아 대표단. [사진=베트남통신사]
 
R&D 센터 설립 

또한 엔비디아 대표단은 수도인 하노이를 비롯해 다낭과 호찌민시 등을 방문해 △AI R&D(연구개발) 및 훈련 센터 설립 △슈퍼컴퓨터 시스템 설치 △슈퍼컴퓨터용 영상처리장치(GPU) 생산 일부 베트남으로 이전 등 3가지 주요 프로젝트를 위한 입지 조사를 진행했다. 베트남에 실질적 사업 기지 건설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스트리어 부사장은 판반마이(Phan Van Mai) 호찌민시 인민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엔비디아가 일부 생산 부서를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기 위해 조사단을 구성하고 있다며, 기업 생태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술 기업에 대한 우대 정책을 고려할 것을 호찌민시에 요청했다. 

그는 “베트남에 단순히 GPU를 팔고 싶은 것이 아니라 AI에 대한 지식, 경험 및 열정을 제공하고 싶다”며 “단지 사고파는 것은 너무 단순한 일이고, 더 나아가 서로 협력하여 AI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마이 위원장은 호찌민시와 엔비디아 간 공동 실무그룹 설립을 제안하고, 공동실무그룹의 결과를 토대로 컴퓨팅 인프라, AI 인프라, 첨단기술단지 개발 등 투자 영역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자고 했다. 그는 "호찌민시는 이러한 일에 투자하고 이를 위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 위원장은 현재 베트남 정보 기술 인력 4분의 3이 호찌민에서 일하고 있다며 풍부한 기술 인력 풀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밖에 스트리어 부사장은 응우옌찌중 계획투자부 장관 및 응우옌마인훙 정보통신부 장관 등과도 만나 엔비디아와 베트남 IT 산업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23년 9월 팜 민 찐 총리를 만난 젠슨 황 엔비디아 사장 사진베트남통신사
2023년 9월 팜민찐 총리를 만난 젠슨 황 엔비디아 사장.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반도체 산업

베트남과 엔비디아의 협력은 작년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베트남과 반도체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같은 달 팜민찐 총리가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방문해 협력 의사를 타진했다. 

찐 총리는 특히 아시아계인 젠슨 황 CEO가 설립한 엔비디아의 발전에 대해 깊은 인상을 드러내면서 엔비디아와 베트남의 이해가 일치하는 분야에서 협력 및 투자를 요청했다. 젠슨 황 CEO 역시 작년 12월 베트남을 방문했을 당시 베트남이 엔비디아의 '두 번째 고향'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며 흔쾌히 협력을 시사했다. 사실 미·중 경쟁하에 미국 정부가 대중 기술 견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과 협력하는 것은 엔비디아 이익에 부합하는 부분이 있고, 베트남 역시 이를 파고들고 있다.

다만 반도체 산업은 R&D 및 칩 생산 시설뿐 아니라 전력, 인력 등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인프라에 대한 개선 속도가 베트남 반도체 산업 발전 여부를 결정 지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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