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달라진 주총, 기업-주주 윈윈해 'K-기업 르네상스' 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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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4-03-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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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 개선의 첫 단추는 자기 반성입니다.

    실제 최근 10년간 한국 증시의 주주환원율은 29%(KB증권)에 불과해, 같은 기간 미국 92%, 유럽 등 선진국(68%)은 물론 중국(32%)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런 현실에 한 기업 관계자는 "오래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과 인생의 동반자라는 공식이 성립해야 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주주와 이익을 공유하지 않다보니 꺼리는 것 같다"면서 "기업들이 상장을 '발전의 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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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뱅크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관계 개선의 첫 단추는 자기 반성입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 발전할 리 없잖아요? 주주들은 빚 독촉꾼이 아닙니다. CEO가 앞장서서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고, 저평가 원인을 분석한 뒤 개선책을 발표하는 건 분명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죠. '밸류업'을 통해 기업과 주주 모두 윈윈한다면 부국강병(富國強兵)의 길이 열리는 거 아니겠어요?"
 
A기업 주총장에서 만난 70대 노신사는 "막말과 고성, 대답 회피하기 등으로 얼룩졌던 주총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요즘 같아선 주총장 올 맛이 난다"고 했다. 1997년 IMF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으로 인생에서 세 차례 크게 넘어졌다는 그는 "앞으로는 새로운 세대인 MZ주주들이 더 활발한 주주참여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며 웃었다.
 
이른 아침부터 쏟아진 장대비에도 A기업 주총에는 성별과 연령을 불문하고 약 200명의 주주들이 참석했다. 반도체 소재를 만드는 A기업은 최근 2년간 주가가 50% 이상 빠져 주주들의 원성이 자자했는데, 막상 주총을 끝낸 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한 30대 주주는 "나름대로 분석한 기업의 저평가 원인과 CEO의 시각을 비교해보고 싶었는데 오늘 해결했다"면서 "궁금증도 풀고 미래 방향도 들을 수 있어서 불안이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은 코스피, 코스닥을 합쳐 모두 2584개에 달한다. 한국 경제의 주인공인 이들 기업은 그동안 인색한 주주환원 탓에 "상장만 하면 '을'에서 '갑'으로 돌변한다." "한국장은 호구나 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실제 최근 10년간 한국 증시의 주주환원율은 29%(KB증권)에 불과해, 같은 기간 미국 92%, 유럽 등 선진국(68%)은 물론 중국(32%)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런 현실에 한 기업 관계자는 "오래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과 인생의 동반자라는 공식이 성립해야 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주주와 이익을 공유하지 않다보니 꺼리는 것 같다"면서 "기업들이 상장을 '발전의 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가는 기업의 피를 돌게 하는 혈류다.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 기업은 비싼 금융비용을 들이지 않고 투자를 지속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세상을 바꾸는 기술 탄생의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이런 기업과 원천 기술이 늘어날 때 국가 경쟁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세계의 자본이 몰리는 미국 기업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국 기업에게 주가 부양은 필수적 과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한국증시=저평가의 늪'이라는 공식을 깨기 위해 정부, 기업이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물론 아직 갈길이 멀다. 세제상 인센티브 강화 등 보완할 점이 많다. 기업들은 주주환원 증가액에 따라 법인세 완화, 대주주에 대한 증여 및 상속세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고, 주주들은 체감 혜택을 위한 배당소득세 완화 등을 주장한다. 정부는 이 같은 의견을 수렴해 5월께 밸류업 최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반기부터는 밸류업 준비 기업을 의무 공시하고, 밸류업 기업 지수를 개발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출시한다. 이 자금들이 기업에 유입되면 한국 기업들은 한층 더 밸류업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시도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구력이 필요하다. 방향이 틀리지 않았기에 속도가 더뎌도 괜찮다고 본다. 한국 증시의 활력이 떨어지면 기업의 사기도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 주주들의 참여로 이뤄낸 밸류업이 '주주가치 강화=기업 경쟁력 약화' 프레임을 걷어내고 K기업의 르네상스를 열길 기대한다. 인구절벽, 생산성 감소, 지정학적 갈등 등 곳곳이 지뢰밭이지만 2024년이 한국 기업의 질적 성장을 이뤄내는 첫 단추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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