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액면가 100원?·유증도 못한다고?…액면가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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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 기자
입력 2024-03-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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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가는 7만4700원인데 액면가는 100원, 주가는 2700원인데 액면가는 5000원. 내가 아는 시장가와 액면가가 서로 달라요. 뭔가 잘못된 걸까요? 삼성전자의 액면가가 고작 100원이라뇨. 액면가는 뭘까요?

액면가는 기업이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할 때 정한 고정 금액입니다. 주식시장에 처음 상장한 기업은 액면가를 정할 수 있습니다. 상법상 1주의 금액은 100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기업은 100원, 200원, 500원, 1000원, 2500원, 5000원 중 하나의 액면가를 선택합니다. 

기업이 보유한 주식 수도 기업이 처음 선택한 액면가에 따라 결정이 됩니다. 만약 자본금이 1억원인 기업이 액면가를 1000원으로 정한다면 10만주를 발행하게 되고요. 액면가를 5000원으로 정하면 2만주를 발행하게 됩니다. 자본금은 액면가와 발행 주식 수를 곱한 값이에요. 액면가가 높아지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고, 반대로 액면가가 낮아지면 발행 주식 수는 늘어나겠죠.

액면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어요. 액면분할과 액면병합이 있습니다. 액면분할은 주식의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분할해 주식 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주식거래의 유통성 등을 높이기 위해 주로 실시합니다. 다만 기업가치나 펀더멘털(기초체력 등 본질적인 가치에 변화가 없다는 점은 유의해야 해요.

지난 2월 28일 에코프로는 주식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어요.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바꾸는 건데요. 회사는 주식분할 목적은 유통 주식 수 확대라고 밝혔습니다. 발행 주식은 현재 2662만주에서 1억3313만주로 늘어납니다.

다음 날인 29일 에코프로의 주가는 5% 넘게 상승했습니다. 액면분할이 호재로 작용한 건데요. 액면분할은 주당 가격이 낮아지면 이전보다 주가가 싸게 느껴지는 '착시'가 일어나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소액주주 접근성도 높아져 주주 가치가 제고된다는 이유에서 기업들이 선택하는 카드기도 합니다.

삼성전자도 2018년 "국민주로 거듭나겠다"며 50대1로 액면분할했습니다. 당시 주가가 1주당 250만원이 넘어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엔 너무 비쌌거든요. 삼성전자의 액면분할로 주가는 50분의1인 5만원대가 됐습니다.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는 50배로 늘어났어요. 

액면분할이 주식을 쪼갠다면 액면병합은 액면분할의 상대적 개념으로, 액면가가 적은 주식을 합쳐 액면가를 높이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하여 실시하는 경우가 있어요.

액면가 100원짜리 주식을 액면가 1000원으로 만든다면 주식 10주를 합쳐 1주로 만들면 되겠죠. 이 경우 유통 주식 수는 10분의 1로 줄어듭니다. 액면병합에 따라 1주 미만의 단주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요. 그때는 비율에 따라 현금화 돼서 주주의 계좌에 입금됩니다.

시장에서 이 주식의 주가가 1000원이라면 병합 이후에는 1주당 1만원이 되고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수는 10주에서 1주가 돼요. 액면병합은 자본금에 변동이 없고 주주들의 지분 가치에도 변화가 없습니다.

액면병합은 통상 가격이 너무 싸다는 '저가주' 이미지를 벗기 위해 시도가 되는데요. 지난달 20일 휴림에이텍은 주식병합 결정 이후 거래 재개 첫날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액면가가 높아진 것이기 때문에 상승세가 지속되진 않았어요. 바로 다음 날은 주가가 9% 넘게 하락했습니다.

주가가 액면가보다 낮을 수 있을까요? 주가가 액면가보다 낮다는 건 시가총액이 자본금보다도 적다는 의미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이 주식을 합쳐 액면가를 5000원으로 높였지만 주가는 줄곧 액면가를 밑돌고 있어요.

과거 유가증권시장에선 주가가 액면가의 20% 미만인 상황이 30일간 지속되면 주가미달로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요건이 되기도 했어요. 해당 규정은 2022년 11월까지만 해도 있었는데요. 같은 해 12월 한국거래소가 관련 요건을 완화하면서 삭제가 됐습니다.

그러나 주가가 액면가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기업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상법에서는 주식이 액면가 이하로 발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유상증자뿐만 아니라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금융이 어렵게 되는 것이죠.

상법에 따르면 액면미달 발행은 회사가 성립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야 하고요. 주주 의결권의 3분의2 이상을 얻어야 하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법원의 인가를 얻어서 액면미달 가액으로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발행가액을 산정하기가 쉽진 않겠죠.

2018년 옛 쌍용자동차가 임시 주총을 열어 액면가 미달 발행을 결의했고, 2020년 아시아나항공은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면서 유상증자를 포기하고 무상감자를 진행했어요.

일각에선 유상증자를 할 때 시장가에서 할인해서 진행하다 보니 액면가가 무색해진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자라면 액면가는 알아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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