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증시 밸류업] '디스카운트의 늪'에 빠진 韓 증시… "열악한 자본 생산성 높여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임민철 기자
입력 2024-02-26 16:3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日 사례 참고했지만 우리 시장 특성 반영"

  • "인센티브, 지원 체계 더 강화해 추진할 것"

  • '밸류업' 관련 신규 지수·ETF 개발 등 유사

  • 참여 시 세제혜택·전담지원체계로 차별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6일 기업밸류업 지원방안세미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6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한국 증시에 입성한 상장사들이 서구 선진국 뿐아니라 아시아권내 신흥국 증시에 비해서도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 경제성장 둔화 추세와 지정학적 갈등 같은 대내외적 환경 요인을 무시할 수 없지만, 기업이 자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 큰 요인으로 꼽혔다. 주요국 대비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미흡한 배당 성향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6일 유관기관 합동으로 한국증시의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 지원방안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국내 주식시장 현황과 주변국 대비 여러 자본시장과 기업가치 지표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 증시 현황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여러 국가의 사례를 분석하고 일본 도쿄거래소의 유사 정책을 벤치마킹해 이번 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2023년 말 한국 증시 시총은 2558조원으로 주요국 13위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16.2%로 주식 시장이 실물 경제 규모를 넘어설 만큼 성장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 수는 2558개로 미국, 중국, 인도, 일본, 캐나다, 홍콩에 이어 주요국 7위 수준이다. 규모만 놓고 보면 지난 10년 동안 양적으로 지속 성장해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인프라 기능을 해 왔고 기업의 주식시장 접근성도 높아졌다.
 
주요국 현행 PBR·PER 자료유관기관 합동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주요국 현행 PBR·PER [자료=유관기관 합동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하지만 한국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수익비율(PER)과 같은 지표는 정체돼 있다. 2023년 말 기준 PBR은 1.05, 10년 평균 PBR은 1.04로 순자산 장부가치 수준의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PBR 1배수 미만 기업 비율이 코스피에서 65.8%(526개), 코스닥에서 33.8%(533개)에 이른다. PER은 2023년 말 19.78, 10년 평균 14.16으로, 주요국 대비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이 흐름은 최근까지도 비슷하다. 선진국 가운데 2023년 말 기준 미국 증시의 ROE는 17.7%, 영국은 15.9%, 인도는 12.8%, 대만은 12.5%다. 한국은 5.2%에 불과하다. 같은 한 자릿수인 중국(9.8%)과 일본(8.6%)보다도 떨어진다. 배당 성향도 2023년 말 미국 증시 상장사는 37.1%, 일본은 36.2%, 영국은 42.5%다. 대만과 인도가 각각 57.6%, 64.7%에 이른다. 한국이 40.5%지만, 분모(당기순이익)가 급감한 결과다.

정부는 "기업이 효과적으로 자본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주가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 중 하나"라며 △자본 생산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본 활용도 모두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한국 증시의 지난 10년 평균 ROE는 8.0%로 주요 선진국 평균(11.6%), 주요 신흥국 평균(11.1%)보다 떨어진다. 또 한국 상장 기업의 10년 평균 배당 성향(26.0%)도 선진국 평균(49.5%), 신흥국 평균(39.6%)에 비해 낮다.
 
주요국 ROE·배당성향 자료유관기관 합동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주요국 ROE·배당성향 [자료=유관기관 합동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정부는 이날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제 1차 세미나'를 열고 일본 도쿄거래소 사례를 벤치마킹해 증시 부양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상장사가 자발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강화하고 정부는 이런 기업이 개인과 기관 투자자의 선택을 받도록 지원하며 거래소는 기업의 소통·IR 활동을 지원해 문화로써 정착되게 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은 기업의 수익성, 성장성, 시장 평가, 주주 환원 등이 적정한지 진단하고 최소 3년 이상의 구체적 목표와 도달 시점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탄력적으로 세우게 한다"며 "밸류업 지원방안이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지만 우리 시장 특성을 반영해 제도적 인센티브와 지원 체계를 더 강화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가 26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부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임민철 기자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가 26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서 지원방안 세부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임민철 기자]

여기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모든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약 2400개) 이사회가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현황을 평가하고 분석해 가치 제고 계획을 세워 공시하고 이행하면서 주주와 소통하도록 유도한다는 뜻이다. 해당 계획을 연 1회 공시하면서 매년 전년도 평가 기반으로 목표와 계획을 다듬는 것을 전제한다. 관련 실무 요령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상반기 공개되면 하반기부터 공시가 가능하다.

정부는 기업 이익의 주주환원을 유도하는 세제 지원, 공시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종합평가를 통한 표창, 표창 기업에 대한 혜택 제공과 평가·홍보·IR 우대 등으로 기업의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 노력 동참을 유도할 계획이다.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투자 대상 회사의 가치 제고 계획 시행 여부를 점검하게 하고 새 주가지수와 이에 연계한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한다.

투자자의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해 거래소 웹사이트에 널리 활용되는 주요 투자 지표인 PBR, PER, ROE를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해 분기별 공표하고 연간 배당 성향, 배당수익률을 연 1회 공표한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에 따른 업종별 분류를 통해 투자 지표별 순위, 상장기업별 현행 및 최근 5년간 투자 지표를 제공한다. 거래소 차원에서 시스템을 개발해 6월부터 지표 제공을 시작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이 26일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서 해외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임민철 기자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이 26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서 해외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임민철 기자]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이번 세미나에서 해외 증시 성장세와 한국 상황을 분석하고 "기업에 중장기 성장성 계획과 개선을 권고하는 것,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방안을 권고하는 것, 기관 투자자 수요 기반 확충 노력 등이 뒷받침돼야 밸류업 지원방안이 성공할 수 있다"며 "단기 주가 부양이 아닌 장기적 디스카운트 개선을 위한 것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쿄거래소는 2022년 4월 5개 시장을 프라임·스탠더드·그로스 3개 시장으로 통합 개편하고 상장과 유지 요건을 강화하는 시장체제 개편을 단행했다. 이후 개편 체제 정착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후속 조치로 2023년 3월 '자본효율성·주가를 고려한 경영' 등 주요 추진 과제에 대해 상장사 대상 협조를 요청했다. 도쿄거래소 역시 기업에 자본효율성을 높이고 지속 성장할 조치를 요구하며 신규 지수와 ETF를 출시했다.

일본과 한국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모두 자본효율성과 투자 지표를 점검하고 기업에 중장기 성과 제고를 권고하며 자율성에 기반한 계획을 공시하게 한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우리 정부는 도쿄거래소에서 추진된 방식 대비 상세한 가이드라인, 세제 혜택을 포함하는 과감한 인센티브, 연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과 같은 지침 개정, 투자 지표 제공 등 한국거래소 전담 지원 체계 등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