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지분은 피보다 진하다… 5% 보고 의무로 엮인 '특별관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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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4-02-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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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사옥. [사진=한국거래소]

누군가 경영 참여 목적으로 기업의 지분을 많이 보유했다면 그 기업을 지배하거나 경영활동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본시장법에 소위 '5%룰'이란 게 있어요. 5%룰은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본인과 법령에 정한 특별관계자의 지분을 모두 합산해 5%가 넘을 때 까다로운 공시 의무를 지켜야 하는 규정입니다. 이 보유 지분을 합산하기 위해 살피는 관계는 통상적인 혈연관계보다 훨씬 광범위한데요. 옛말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지만, 자본시장의 세계에서 '지분은 피보다 진하다'고 할 만합니다.

자본시장법 147조에 따라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보유 비율이 1% 이상 변동된 경우 또는 보유 목적 등 중요한 사항이 변경됐을 때 5영업일 이내에 그 보유 상황 및 변동·변경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는 게 5%룰 핵심이에요. 공시 가운데 '대량 보유 상황 보고' 같은 명칭으로 작성되는 문서가 이런 내용을 다뤄요. 한국거래소 다트(DART)의 최근공시 메뉴 중 '5%·임원보고' 항목에서 찾아볼 수 있죠. 경영 참여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한 보고의무자는 구체적인 경영 참여 계획도 밝히도록 하고 있어요.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기업 투자 판단에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공시 정보를 살필 때 이 부분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는데, 실은 상장회사와 경영진, 상장회사의 투자자 양쪽에 꽤 의미가 큽니다. 김·장 법률사무소의 김지평·이경민 변호사가 2022년 9월 배포한 5%룰 관련 뉴스레터에 따르면 이 제도는 경영진에게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정보를 적절히 제공해 기업지배권 경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게 해 줍니다. 투자자에게 "지배권 변동 가능성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 주고요.

투자자가 주의 깊게 볼 지점은 보고 의무 대상에 포함되는 특별관계자들의 범위와 보고 의무자 본인 간 관계 같은 건데요. 특별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141조에 따라 '공동보유자'와 '특수관계인'으로 구별되는데요. 우선 의미가 간단한 공동보유자 개념부터 소개하면 "본인과 합의 또는 계약 등에 의해 △주식 등을 공동으로 취득하거나 처분하는 행위 △공동 또는 단독으로 취득한 후 그 주식을 상호 양도 또는 양수하는 행위 △의결권(행사를 지시할 권한 포함)을 공동 행사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자"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별관계자의 나머지 유형인 특수관계인은 좀 복잡합니다. 보고의무자 본인이 개인이라면 △배우자(사실혼 관계 포함) △6촌 이내의 '혈족'(민법상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 형제자매와 그 직계비속, 직계존속의 형제자매 및 그 형제자매의 직계비속) △4촌 이내의 '인척'(민법상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 △양자(입양된 사람)의 생가의 직계존속 △양자 및 그 배우자와 양가(입양한 가정)의 직계비속 △혼외자의 생모 등 혈연관계인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특수관계인 범주에 넣어요.

혈연 외 특수관계인은 △본인의 금전 기타 재산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자 및 생계를 함께 하는 자 △본인 단독으로 또는 앞서 언급된 혈연 및 생계를 함께하는 관계에 있는 자와 합해 30% 이상을 출자하거나 임원의 임명 등 주요 경영 사항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 단체, 그 임원 △본인 단독으로 또는 앞서 언급된 모든 관계에 있는 자와 합해 30% 이상을 출자하거나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 단체와 그 임원까지 포함해요. 대신 소유 주식이 1000주 미만이면 합산이 면제돼요.

보고의무자 본인이 법인이거나 기타 단체일 때 특수관계인은 '법인의 임원'이나 '법인의 계열회사와 그 임원'이 될 수 있습니다. 단독으로 또는 특수관계인과 합해 이 법인에 30% 이상 출자하거나 임원 임면 등 법인의 주요 경영 사항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개인(특수관계인 포함) 또는 법인(계열회사 제외), 단체와 그 임원도 포함돼요. 단독으로 또는 여태 열거한 관계에 있는 이들과 합해 법인이나 단체에 30% 이상 출자하거나, 주요 경영 사항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법인, 단체와 그 임원도요.

예를 들어 김씨가 30% 이상 출자한 비상장 회사 A, B, C가 상장회사 Z의 주식을 각각 4%씩 매수해 보유했고, 김씨는 Z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보죠. A, B, C가 순전히 김씨의 뜻대로 경영되는 회사라면, 김씨는 이 세 회사를 통해 Z에 12% 지분만큼의 의결권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죠. 5%룰에 따라 합산 지분이 5%를 넘게 된 김씨 본인과 주식을 보유한 회사 A·B·C는 모두 Z의 특별관계자에 해당하며 5%룰대로 보고 의무를 따라야 합니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지분 합산 범위만큼 중요한 보고 사항이 보유 목적입니다. 5%룰은 보유 목적에 따라 보고 서식, 기한, 변경 보고 사유 등을 차등 적용하거든요. '경영권 영향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할 때는 일반 서식을 써야 하고 신규 보고든 변동 보고든 5영업일 내에 마쳐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단순 투자'거나 '일반투자' 목적이면 약식 보고를 할 수 있고 신규가 아닌 변동 보고일 때 좀 더 완화된 보고 기한을 허용합니다. 이 보유 목적을 거짓으로 보고하면 금융 당국의 처분명령이나 의결권행사금지 제재를 받을 수 있어요.

현실에서 5%룰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죠.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이 그룹 대표 상장사인 삼성전자의 주식을 경영 참여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지난 16일 공시했습니다. △삼성물산, 삼성생명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삼성복지재단, 삼성문화재단 등 법인 △홍라희,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오너 일가 △한종희, 경계현, 노태문, 박학규, 이정배, 김한조 등 임원들이 각자 보유한 의결권 있는 삼성전자 주식 수량 및 비율을 명시했네요. 이 '특별관계자'들은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만 합산 지분율 20.19%를 보유했습니다.

이는 특별관계자 가운데 삼성생명보험이 특별계정(고객계정)에 든 삼성전자 주식을 장내 매도·매수하고 상장지수펀드(ETF)로 설정해 보유 지분율이 0.01%포인트 줄어든 결과입니다. 요컨대 고객 자산운용을 위해 단순 투자 목적으로 갖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의 지분 변동을 공시한 것이죠. 사실 이 공시 내용 자체는 큰 뉴스나 중대한 변화를 다루고 있진 않았네요. 그래도 투자자가 기업에 이렇게 다양한 특별관계자들이 얽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어야 지배구조가 다양한 상장사 대상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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