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권영규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회장 "올해도 변함없이 나눔과 봉사 매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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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권규홍 기자
입력 2024-01-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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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진년 시무식 제빵 나눔으로 업무시작...서울역 따스한채움터로 노숙자 지원

  • 32년간 서울시, 대통령 비서실 등 근무...서울올림픽, 한일월드컵 등 봉사활동

  • 올해 5000가구 이상과 결연 맺어...연간 5만명 이상 어려운 이웃들에게 생필품과 식료품 지원할 것

권영규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회장이 25일 서울 성동구 적십자 서울지사 회장실에서 열린 아주초대석 인터뷰에서 올해 서울지사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권영규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회장이 지난 26일 성동구 적십자 서울지사 회장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올해 서울지사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올해도 변함없이 나눔과 봉사에 매진할 것 입니다. 시민들께서도 적극적인 봉사활동과 나눔·기부를 당부드립니다."

권영규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회장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 KOICA 자문단원으로 파라과이와 콜롬비아 등을 돌며 봉사정신에 눈을 떴고 결국 지난해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회장에 올라 인생 후반기 본격적으로 나눔과 봉사에 매진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지낸 권 회장은 지난해 5월 대한적십자사 서울자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권 회장은 공직 생활 동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비롯해 서울시 문화·행정국장, 경영기획실장 등을 지냈고 이명박 시장 당시 월드컵추진단장,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오세훈 시장이 시장에서 물러나자 권한대행이라는 굵직한 임무를 맡아 시정을 이끌기도 했다.

권 회장은 지난 26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공직활동 당시 겪었던 여러 일화를 비롯해 서울적십자사 서울지사 회장에 취임한 소감과 더불어 올해 적십자사의 목표, 해외 봉사활동 경험 등을 소탈하게 이야기했다. 

-대한적십자사가 중점적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적십자는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인도주의 기관이다. 뭐니 뭐니 해도 어려운 사람들하고 항상 같이한다. 첫째는 재난 활동 지원이다. 화재나 수해, 지진 등 재난이 일어나면 현장에 제일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 소방공무원 옆에 붙어 있는 사람이 적십자라고 그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재민들에게 구호물품을 지급하고 어떤 때는 복구 작업도 돕는다. 두 번째는 평상시에 행정기관과 연계해 가장 어려운 이웃을 찾아 정기적으로 돕는다. 그걸 희망풍차 사업이라고 부른다. 어렵게 사는 어르신들, 독거 노인, 조손 가정 등 취약계층을 돕는다. 평균 약 5000가구를 도와주는데 대략 1년에 10번 내지 12번을 방문해 반찬도 드리고 명절 때는 떡국이나 팥죽, 여름에는 삼계탕도 대접해 드린다. 세 번째는 심폐소생술(CPR)이나 응급 대처 능력, 산악·수상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은 적십자 역사가 아주 깊다. 군대·소방서 같은 곳도 저희들이 가서 교육을 할 정도로 전문성이 있다고 자부한다. 또 RCY(Red Cross Youth·청소년 적십자)를 운영한다.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단원으로 모집한다. 이들에게 봉사하는 법, 인도주의란 무엇인지, 어떻게 실천하는지 등을 교육한다. 또 해외교류사업도 진행한다. 최근엔 삼성그룹 후원으로 적십자 단원 40명이 베트남에 가서 베트남 학생들하고 교류를 하고 있다."

-갑진년 시무식을 ‘나눔’으로 시작했다고 들었다.
"적십자는 봉사단체라 봉사활동을 하면서 새해를 시작한다. 올해도 시무식 대신 제빵 나눔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직원들은 물론 홍보대사와 함께 영양간식을 만들어 포장해 서울역 무료급식시설 따스한채움터에 전달했다. 작년 한 해 마무리도 따스한채움터에서 급식 봉사를 했다. 따스한채움터는 2022년부터 대한적십자사가 운영을 맡아 하루 점심·저녁 두 끼를 노숙자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되면 일일 평균 약 400명이 이용한다."

-서울지사의 주요 사업은.
"우선 재난 발생 시 긴급 구호사업이다. 2022년 한 해 3477가구, 연인원 1만여 명에게 구호세트와 비상식량세트를 지원했다. 얼마 전 가슴 아픈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도 적십자사가 구호활동을 펼쳤고, 지난주 구로·양천 지역난방 중단 시에도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구호세트를 전달했다. 대한적십자사는 법정 재난관리책임기관이자 구호지원기관으로 전국 15개 시·도지사와 통합 구호체계를 구축해 권역별로 구호품과 인력을 공유한다. 평상시에는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재난을 당한 분들에게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전문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도 운영한다. 이어 취약계층 지원사업이다. 지난해에는 ‘희망풍차’ 활동을 통해 취약 아동, 청소년, 어르신, 이주민, 위기가정 등 총 3858 가구 4만3500명에게 도움을 드렸다. 또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으로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598가구에 기초생계비, 의료비, 주거비와 교육비 등을 지원했다. RCY 사업과 안전지식 보급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안전, 봉사, 교육, 이념학습’이라는 4대 목표 아래 봉사정신을 함양하고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RCY 사업과 응급처치, 수상안전, 심폐소생술, 생존수영 교육을 실시하여 응급상황 대응 능력을 향상하는 사업을 전개한다."

-적십자사에서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한다는데.
"우리나라는 1949년 최초로 응급처치 교육을 수행했다. 최근에는 '내 아이를 살리는 4분'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베이비 페어와 육아교육전에도 참가해 예비 부모를 대상으로 영·유아 응급처치 무료 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인명구조요원을 양성하는 수상안전 강습, 초등학생 생존수영도 보급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와 협약을 맺고 미래 지상군을 지휘할 육사 생도들을 위한 안전교육도 준비 중이다. 사고 예방과 응급처치 요령을 교육하는 산악안전법 보급을 위해서도 산악안전강사봉사회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RCY 사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초·중·고 청소년들에게 인도주의 정신과 봉사정신을 심어주고 실천하도록 체험하는 활동이다. RCY 단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대학생 RCY 학생지도자 친구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 전국 대학생들이 모여 무박 2일간 적십자 사업과 봉사활동을 접목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 여름방학에는 청소년 자원봉사 페스티벌을 개최해 봉사 축제의 장을 연다. LG생활건강 후원으로 청소년 학교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인 '학교야 웃자'를 시행하고 있다. 청소년 장학위원회에서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학업과 생계를 위한 장학금을 전달한다."
 
-노란색 조끼를 입은 적십자봉사원들이 하는 역할은.
"서울지사에는 현재 봉사원이 약 1만명 등록돼 있다. 우리는 봉사원을 노란 조끼의 천사라고 부른다. 봉사원들은 3600여 가구와 결연을 맺고 구호품·밑반찬·생필품 등을 전달하면서 이웃들에게 말벗도 돼 준다. 여름에는 삼계탕과 열무김치, 추석과 설에는 명절 음식을 만들어 나누기도 하고 차례상을 차릴 수 있도록 장보기도 도와준다. 봉사관 달력에는 겨울 김장, 연탄 나눔, 혹한기 에너지 세이브 캠페인까지 1년 내내 나눔 일정이 빼곡히 차 있다. 서울 마장동 사옥 1층 로비 명예의 전당에는 1만시간 이상 봉사한 자랑스러운 142명 얼굴이 등재돼 있다. 송파 오륜동 임영자 봉사원께서는 지난 43년 동안 무려 5만8000시간 넘게 봉사활동을 했다. 평생을 적십자 활동에 헌신한 셈이다."

-회장께서 봉사와 나눔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는.
"저는 32년간 서울시와 대통령 비서실 등에서 근무한 직업 공무원이다. 1988년 올림픽 때는 국제교류 담당 사무관으로서 외국어 봉사자들과 일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월드컵추진단장으로서 수많은 봉사단체와 함께 땀을 흘렸다. 당시 수많은 봉사자들이 헌신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에 크게 감명받았다. 공직에서 퇴직한 후 자연스레 KOICA 자문단원에 응모하게 됐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파라과이와 콜롬비아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남미에서 활동하면서 나는 현지인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들을 가르치러 갔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내가 깨우치고 배웠다. 도움을 주려고 갔지만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았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생활하면서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고 성취감을 느꼈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나는 새롭게 성장했고 더 발전했다. 이처럼 다양한 봉사 경험을 쌓으면서 자원봉사 활동과 자원봉사자들의 애환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코로나로 해외 활동이 어려워지자 국내 봉사활동에 눈을 돌리게 됐다."
 
권영규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회장이 25일 서울 성동구 적십자 서울지사 회장실에서 열린 아주초대석 인터뷰에서 올해 서울지사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권영규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회장이 지난 26일 성동구 적십자사 서울지사 1층 로비에 전시된 명예의 전당에 오른 고액 후원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올해의 역점사업은 무엇인가.
"올해는 어려운 이웃 5000가구 이상과 결연을 맺어 연 10회, 연인원 5만명에게 생필품과 식료품을 지원하면서 손을 잡아드리고 말벗이 돼 드릴 예정이다. 적십자사 서울지사는 봉사활동의 거점으로 4개 봉사관(중앙, 서부, 남부, 북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전역을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연초에 서북 봉사관을 개소할 예정이고 내년에는 동남봉사관을 개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현재 327개동에 설치돼 있는 단위봉사회를 400개 이상으로 늘리고 앞으로 2년 안에 연간 100시간 이상 활동하는 봉사자를 25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봉사원들은 자신들을 기다리는 어르신들과 아이들의 웃음이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한다. 올해는 봉사원들이 신명 나게 일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매월 적십자 아카데미를 통해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적십자 사업비는 전액 회비와 기부금으로 충당한다고 들었다.
"적십자 활동에 쓰이는 사업비는 국민들께서 자율적으로 납부해 주시는 회비와 성금으로  조성된다. 일화로 후원금 통장에 익명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적게는 300원, 많게는 2만원을 1년 넘게 입금하시는 분이 계셔서 '사람을 찾습니다' 현수막까지 내걸고 금융기관을 통해 연락도 취해 보았지만 끝내 신원을 밝히지 않으셨다. 또 94세 할머니께서는 봉사관에 찾아와 다짜고짜 책임자를 찾아 편지가 적힌 흰 봉투에 100만원을 전달하고 가셨다. 어릴 적 어려운 시절 적십자 의료 지원을 받으신 송방남 어르신께서는 쌈짓돈을 모아 13년째 기부를 계속하신다. 매월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정기회원은 3만명이 조금 넘는다. 보태자면 오세훈 서울시장도 적십자 정기회원이다. 개인적으로 매월 일정 액수의 기부금을 납부할 뿐만 아니라 매년 연말이면 특별회비도 납부하며 적극적으로 나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기부와 봉사를 위한 단체들이 많은데 왜 대한적십자사여야 하나.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 비영리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나눔 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다. 대한적십자사는 국권이 위태로웠던 구한말 고종황제 칙령으로 탄생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아픔 속에서 정부와 국민들에게 그 역할과 성과를 인정받았다.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대한적십자사는 모금 과정과 집행이 매우 투명하다. 국정감사, 보건복지부 감사, 감사원 감사, 외부 회계법인 감사 등을 통해 후원금 사용에 대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엄격하게 검증받고 있다. 또한 수많은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와 효율적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평소 잘 훈련된 헌신적인 봉사원과 긴급구호세트를 갖추고 재난에 대응하여 즉각 출동할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이미지가 올드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적십자사 역시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요구들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효용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저출산·고령화, 기후변화 등으로 생기는 새로운 사회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는 고독사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1000가구와 결연하고 맞춤형 지원을 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치매 가족 돌봄과 자살 예방 프로그램에도 대한적십자사 본사와 함께 중점적으로 도전할 계획이다.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신 분들에겐 개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고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자부심을 갖도록 하겠다." 

 
권영규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회장이 25일 서울 성동구 적십자 서울지사 1층 로비에 전시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자원봉사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권영규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회장이 지난 26일 성동구 적십자사 서울지사 1층 로비에 전시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자원봉사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권영규 대한적십자사 서울시지사 회장 약력

△경북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석사), 서울시립대 행정대학원(박사)
△인디애나대 대학원(MPA)
△제23회 행정고등고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서울시 법무담당관, 예산1담당관, 정책비서관, 총무과장, 행정과장
△서울시 월드컵추진단장, 문화(관광체육)국장, 행정국장
△서울시 경영기획실장, 행정1부시장, 서울시장 권한대행
△국민생활체육회 사무총장
△KOICA 자문단, 전문요원(파라과이·콜롬비아 봉사활동)
△서울시 자원봉사센터 이사장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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