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선 디지털유로 실험·일본서도 만지작…주요국 CBDC 실험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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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4-01-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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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필두로 일본 등 검토···韓銀 '예금토큰 바우처'·ECB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

  • 각국 중앙銀 "CBDC 도입? 예단 일러"···상용화 시 '현금-카드 없는 사회' 가능성

김소영 금융부위원장왼쪽 첫 번째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통합별관에서 열린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 공동 기자설명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 첫 번째)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통합별관에서 열린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 공동 기자설명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전세계 중앙은행이 발행한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규모가 2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식 도입 전인 CBDC 관련 실험과 연구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28년이면 CBDC 발행 규모가 현재의 100배가 넘는 2조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향후 CBDC 미래와 국내외 통화 시스템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중국 필두로 일본 등 검토···韓銀 '예금토큰 바우처'·ECB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

21일 한국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CBDC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베이징 등 17개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e-CNY) 보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 누적 거래 규모는 한화 기준 약 16조4000억원(875억 위안), 전자지갑 발행도 1000만 개를 넘어섰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1300억 위안 수준인 디지털 위안화 발행규모를 2029년까지 1조5000억 위안(276조5000억원)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간 디지털 통화에 한 발 물러서 있던 일본은행(BOJ)도 일본 정부와 함께 CBDC 기술과 제도 설계 전반에 대한 검토를 추진하고 있다. 한은 동경사무소가 18일 발표한 '일본의 CBDC 추진 현황'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2021년부터 CBDC 발행과 유통 등에 대한 기능 검증을 진행한 데 이어 작년 4월부터 △시스템 구축·검증 △민간 사업자 참여·검토를 골자로 하는 모의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달 중에는 관계부처 등으로 구성된 CBDC 회의체를 꾸려 제도 설계에 필요한 사항을 정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유럽(EU) 역시 CBDC 실험의 일환으로 '디지털 유로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짧게는 4년, 길게는 15년여 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중앙은행(ECB)은 통신 단절 상황에서의 통화 지급 시스템 운영과 개인 전화번호·이메일 정보 만으로도 전달 가능한 간편송금, 민감정보 안전 제공을 골자로 하는 지급정보 교환, 실시간 위험 관리와 디지털 유로 거래를 위한 앱 개발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CBDC 관련 연구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한은은 올 3분기 일반인 10만 명을 대상으로 예금토큰 기반의 CBDC 활용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실험은 은행권이 실험 참여자들의 예금을 기반으로 디지털 바우처(예금토큰, I형 통화)를 발행·지급하면 이용자들이 지정된 사업장에서 바우처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은행을 비롯한 외부 기관이 발행한 디지털토큰(Ⅲ형 통화)을 탄소배출권 결제에 연동하는 실험도 진행한다. 한은은 이와 관련해 "일상생활에서의 CBDC 활용 가능성을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 각국 중앙 "CBDC 도입? 예단 일러"···상용화 시 '현금-카드 없는 사회' 가능성

한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다양한 방식의 CBDC 실험을 진행 중에 있으나 실제 상용화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 유로 용역 취지와 관련해 "디지털 유로 도입은 물론, 어떠한 기능을 적용할 지에 대해서도 결정을 내린 바가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본은행 역시 "CBDC 도입을 위해서는 국민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현 시점에서 CBDC 발행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한은도 각종 실험과 별개로 CBDC 도입 여부는 미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국제결제은행(BIS)과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중앙은행을 주축으로 한 CBDC 도입 필요성을 적극 주창하고 있다. 작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어거스틴 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현금은 낡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회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면서 "중앙은행이 채권, 주식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토큰화와 관련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역시 "CBDC가 현금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중앙은행들의 이러한 시도들이 디지털경제 관련 기회를 선점하고 빅테크 독점과 같은 부작용을 통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한 경제 디지털화가 본격화되면서 그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로 이어진 만큼 준비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다. 실제 스테이블코인 상용화로 국경 간 결제에서 수수료 부담을 낮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반면 탈중앙화에 따른 통화정책 무력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CBDC가 일상생활에 도입·상용화될 경우 당장 현금 기능을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가뜩이나 비대면 거래 확산 속 국내 결제시스템 내 현금 비중이 15%(2021년 기준)를 밑돌며 매년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현금과 같은 법적 지위를 가진 디지털화폐 등장은 분실이나 위조 이슈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 이미 일상 속에 들어온 모바일 간편결제 경험이 CBDC 결제 상용화로 이어져 현 신용카드 중심 결제 시장을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CBDC 기반의 자산 연결성 확대도 통화 시스템 변화의 한 축으로 제시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CBDC는 예금과 채권 등 전통적 자산과 토큰증권(Security Token) 등 디지털 자산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될 것"라며 "CBDC 이용자 확대와 전자지갑 보급, 결제망과 법 정비가 마무리되고 실 도입이 이뤄질 경우 디지털 통화와 마이데이터를 연계한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는 물론, 자산 간 연결 강화와 디지털금융 소외계층 금융 접근성 제고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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