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종범 월드옥타 회장 "대내외 경제 어려워...K 경제영토 넓히는 데 발로 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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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입력 2024-0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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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들, 회피하지 말고 어려움에 직시하고 대응하길"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려울수록 월드옥타의 역할이 커질 겁니다. 한국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는 동력을 만들기 위해 옥타의 선장으로서 현장에서 발로 뛰겠습니다."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만난 박종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은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2017년 상임이사로 선출되면서 월드옥타와 인연을 맺은 박 회장은 그동안 쌓은 경영 노하우를 총동원해 동포와 조국을 위한 마지막 봉사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그는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은 만큼 월드옥타의 단단한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재외동포청과 협력해 해외 진출을 원하는 한국 중소기업과 현지 기업 간에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월드옥타는 1981년에 설립돼 세계 140여 지회에 정회원 7000여 명과 39세 이하 '차세대 회원' 2만7000여 명을 두고 있다. 매년 봄에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 가을에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연다.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 1일부터 2년간 회장 임기를 수행한다.

박 회장은 199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독일어 통역을 할 수 있는 직원 한 명을 둔 작은 무역회사를 차려 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20여 년 만에 이 회사를 세계 20개 국가에 28개 사업장을 두고 연 5000억원 안팎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키웠다.

동양인이 혈혈단신으로 유럽에서 사업을 키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원래 그는 기아자동차 상사 부문 오스트리아 법인장이었다.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말 기아차가 현대차에 인수합병되면서 귀국 명령이 떨어졌다. 그는 귀국하지 않고 빈에 남아 '영산한델스(Handels·무역)'란 회사를 만들었다. 귀국해 봐야 마땅한 일자리가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우크라이나 사탕 공장에 한국산 비닐 포장지를 납품하는 게 첫 사업이었다. 기아차 법인장 시절 알고 지내던 우크라이나 기업 담당자와 우연히 연락하게 된 걸 계기로 일감을 따냈다고 했다. 그 이후 카메라 필름, 포장지, 원목용 PVC 필름 등으로 조금씩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캡션수정부탁드립니다 박종범 세계한인무역협회장 회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박종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공정하고 투명한 협회 목표···가치 높여가겠다"

월드옥타 회장에 당선된 소감을 묻자 박 회장은 굳은 얼굴로 "엄중한 시기에 당선돼 기쁨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와중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벌어졌다"며 "수출로 성장해 온 한국 경제가 이처럼 큰 도전에 직면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투명한 협회'를 목표로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회장은 "협회의 고유사업과 정부에서 위탁한 사업은 공정하게 운영하고, 윤리강령과 준법감시체제를 도입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지회와 정보를 공유해 공정성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원 간 의사소통과 교류 증진'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월드옥타 회원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으며, 이에 따라 소통과 교류의 기회가 한정적이다. 회원들 간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대회 및 워크숍 정례화를 통해 교류의 장을 만들겠다"며 "더불어 트레이드 쇼(Trade Show) 지원을 확대해 회원들 간 정보 교환과 친교의 기회를 늘리고, 국내외 경제단체와 교류를 확대해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월드옥타 백년 비전'을 제시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월드옥타는 조만간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경영진단 TF와 윤리경영위 구성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모델로 한 윤리경영위는 회장의 의사결정 전에 사업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박 회장은 이를 통해 사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 높은 수준의 자기 점검 장치를 제도화해 대내외적으로 월드옥타의 신뢰도를 상승시키는 것은 물론 공정한 조직 운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미래는 언제나 불투명하다. 따라서 협회를 내실 있게 정비하고, 미래 발전을 위한 사업을 발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미래발전위원회를 상설 운영할 것"이라며 "각 분야 전문공동체를 조직해 업무 전문화를 추진하고 지자체와 신규 공동사업을 개발해 회원의 권익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은 올해 재외동포청이 출범한 것이 해외에 있는 재외동포 경제인들이 더 활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6월 설립된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들의 숙원이었으며, 재외동포들에게 많은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며 "글로벌 정치·경제적 상황의 급변으로 많은 정책적 변화와 도전, 지혜로운 대책들이 필요한 시점에 재외동포청과 긴밀한 유대와 협조체제를 갖추면서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캡션수정부탁드립니다 박종범 세계한인무역협회장 회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만난 박종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해외 진출 길 열어야···'한국 상품 유럽 박람회'로 활용 계획"

박 회장은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간 제품력이 우수한데도 해외 진출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많았다. 이에 박 회장은 월드옥타가 직접 나서 생산품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체제도 재정비하고 혁신에 나설 것이다. 현재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한국 중소기업과 (월드옥타) 회원 간 협력 관계를 확대해 이들 기업과 제품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 한다"며 "비슷한 맥락에서 오는 10월 빈에서 열릴 예정인 월드옥타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한국 상품 유럽 박람회'로 활용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찍 해외로 나가 고생 끝에 자리 잡은 은퇴(임박) 세대 중 귀국을 원하는 회원이 상당한데, 이들이 건실한 국내 중소기업에 투자하고 경영 비법을 전수하면서 정착하게 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며 "특히 한반도 주변 4강과 북한까지 합쳐 (월드옥타가 주도하는 민간 차원의) 한·미, 한·일, 한·중, 한·러, 남북 경제포럼위원회(가칭)를 추진해 우리 기업들의 각종 해외 사업과 관련한 걸림돌 해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월드옥타와 문화예술 분야의 접목을 통한 시너지 효과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평소 해외 진출 기업의 한국 문화예술과 기업활동의 융합 효과를 인식하고 이를 사업 운영에 적극적으로 접목시켜왔다. 

박 회장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사업을 하며 해외에서 한국 제품이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문화예술적으로 한국을 접하게 한다면 한국 제품에 대한 로열티를 오래 가져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월드옥타도 문화예술을 접목한 각국 간 교류에 힘을 보태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월드옥타의 위상을 높이는 데 임기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회장은 "국민 사이에서 제7대 경제단체로서 위상을 확보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외 사람들 간 비즈니스도 중요하다"며 "그간 우리가 받은 표창 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이 가장 컸다. 좀 더 격을 높여 대통령 표창까지 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박 회장은 "저와 지금의 청년들을 비교하기에는 시대적 상황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취업하기 힘들고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하지만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성공에 가장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학력
광주 살레시오고·조선대 경영학과 졸업,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조선대 명예박사
 
◆경력
▷1957년 전남 광산군 대촌면 출생 
▷1996년 기아자동차 오스트리아 법인장
▷1999년 무역회사 ‘영산한델스’(영산그룹 모태) 설립
▷2010년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장 
▷2012년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 초대이사장
▷2012∼2015년 유럽한인총연합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유럽·중동·아프리카 담당 부의장
▷2013년 국민훈장 모란장, 오스트리아 정부 금장 훈장
▷2020년 최재형기념사업회 제1회 최재형상 단체상
▷2023년 11월 제22대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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