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4℃·거친 바람·오프로드 뚫어야 名車 탄생…현대차그룹 톱 4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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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시티(미국)=권가림 기자
입력 2024-01-1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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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들이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주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서 남서쪽으로 두 시간가량 달리자 미국 서부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웅장한 모하비주행시험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2005년 완공된 모하비주행시험장 면적은 약 1770만㎡(약 535만평)로 여의도 2배에 달하는 광활한 규모를 자랑한다. 해발고도 800m에 산맥으로 둘러싸인 시험장 곳곳에는 천연기념물인 조슈아트리가 심어져 있어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이곳 여름철 지면 온도는 54도를 넘나들고 겨울철에는 비와 눈이 몰아친다. 사계절 다른 날씨 속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주행·내구 테스트는 물론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가혹한 오프로드 테스트를 할 수 있는 북미 테스트 베이스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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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주회로 [사진=현대차]
시험장 입구에 들어서자 최첨단 자동차 기술 개발을 향한 연구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올해 북미 출시를 앞둔 싼타페와 위장막이 씌워진 SUV는 현지 적합성 시험을 거치고 있었다. 다양한 글로벌 메이커의 차량 성능을 비교해보기 위해 주차장에는 도요타와 GMC, 포드 등 여러 차종이 세워져 있다.  

현대차는 상상 이상의 가혹한 조건에서 연간 300여 대를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모하비주행시험장에는 고속주회로를 비롯해 범용시험장, 장등판시험로 등 총 12개 시험로가 있고 모든 시험로를 연장하면 총 길이가 무려 61㎞에 달한다. 승차감, 제동 성능, 소음, 진동 등을 평가하는 현지 적합성 시험부터 북미 법규 시험, 내구 시험, 재료 환경 시험 등이 진행된다. 

고속으로 곡선구간에 진입한 뒤 다시 고속으로 빠져나가는 핸들링 시험로에서 제네시스 GV70을 주행해봤다. 급커브 구간과 8% 경사 언덕으로 구성된 총 길이 4.4㎞ 구간에서 달려본 결과 시속 100㎞ 넘는 속도에서도 엄청난 접지력을 발휘하며 안정적인 회전이 가능했다. 한계 상황 주행 시험이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실시되며 차량의 조종안전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다양한 비포장 도로로 이뤄진 오프로드 시험로에서는 쏘렌토를 타고 약 4㎞를 주행했다. 총 길이 10㎞인 시험로에는 구덩이 등 험난한 길로 구성됐지만 쏘렌토는 큰 흔들림 없이 거뜬히 길을 빠져나왔다. 모래길, 자갈길, 아스팔트 둔덕 등 다양한 노면에서 오프로드 주행·탈출 성능을 강화해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전 세계 흐름에 발맞춰가고 있다. 

이승엽 미국기술연구소 부소장(상무)은 "북미 시장에서 SUV가 60%, 픽업트럭이 20% 등 오프로드 주행 차가 실질적으로 80%를 차지한다"며 "이곳에서 검증한 차들은 1시간 거리 내에 있는 오프로드 1000m, 2000m 고도까지 올라가 추가 검증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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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굽로에서 테스트 중인 차량. [사진=현대차]
모하비주행시험장의 또 다른 기능은 차량 부품 내구성을 실험하는 것이다. 내구시험로는 오프로드 시험로를 포함한 13개 노면을 하나의 시험로로 구성됐다. 1만마일 정도만 주행해도 10만마일을 주행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엉덩이가 살짝 들썩일 정도로 실제 도로보다 상황을 더욱 가혹하게 구현해 강건성을 확보한다. 시험장 한쪽에는 차체, 범퍼, 헤드램프 등 부품이 햇빛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50도 이상인 사막 기후에서도 버텨내는 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연구원들이 최근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은 전기차 열관리·냉각 성능 테스트다. 전기차는 가혹한 주행 환경에서도 배터리 온도가 60도를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당 1000W 이상 일사량을 보이는 혹독한 날을 골라 배터리 시스템의 냉각 성능과 열관리 시스템을 테스트한다. 이를 수없이 반복한 끝에 탄생한 모델이 아이오닉 5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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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시험로를 지나는 차량들. [사진=현대차]
고속주회로 역시 전기차 성능 테스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총 길이는 10.3㎞로 남양연구소 시험로보다 두 배나 길다. 미국 고속도로를 모사한 길게 뻗은 도로를 최고 시속 200㎞까지 주행하며 차량 1대당 4000바퀴 이상을 이상 없이 달려야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 길이 5.3㎞, 경사로 2~12도로 이뤄진 장등판시험로에서는 차량을 멈추고 출발하기를 반복하며 전기차의 높은 토크를 시험한다. R&H(Ride and Handling)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승차감·소음시험로, LA프리웨이 등에서도 테스트하며 성능을 최고 수준으로 다듬는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주요 완성차 메이커로 성장한 배경에는 모하비주행시험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165만2821대를 판매해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4위에 올랐다. 미국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은 3년 연속 20%를 넘었다. RV 판매도 2022년 연간 100만대를 넘긴 뒤 지난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달성했다. 최근 6년간 다섯 차례·6대의 차량을 '북미 올해의 차'로 배출해 명실상부 미국 자동차 시장의 대세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도 모하비주행시험장의 혹독한 성능 테스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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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주행시험장 [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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