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건설사 개발사업] 불황·리스크에 동력 잃었다... 지지부진 사업에 자금조달 우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새롬 기자
입력 2024-01-16 0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 오피스 개발 사업 부지가 방치된 모습 사진박새롬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 오피스 개발사업 부지가 방치된 모습. [사진=박새롬 기자]

"사업성이 좋은 곳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워크아웃을 촉발한 곳이라니 요즘 건설시장은 한 치 앞도 모르겠네요."

지난 14일 지하철2호선 성수역 3번 출구로 나와 성수동 카페거리부터 이어지는 연무장길로 10분가량 걷다 보니 공사가 중단된 오피스 개발사업 부지가 나타났다. 주말이면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음식점과 편집숍들 사이에 공사 현장이 곳곳에 나타나지만, 이곳은 철거된 부지 위로 눈만 쌓인 채 방치돼 있었다.

해당 사업장은 태영건설이 시행 지분 30%와 책임준공의무를 갖고 참여한 곳으로 지하 6층~지상 11층짜리 업무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지 매입자금 일부인 480억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하면서 워크아웃의 신호탄이 됐다. 

부동산 호황기 당시 시공과 시행을 병행하는 디벨로퍼 사업 강화에 나섰던 건설사들이 고금리와 경기침체의 부메랑을 맞고 있다. 단순 시공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시행을 통해 수익을 높이려 했으나 고금리에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자금 조달이 순탄치 않아 자체개발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참여 중인 인천 검암역 플라시아 복합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은 PF대출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며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2022년 8월 IBK컨소시엄과 사업협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조차 설립되지 않은 상태다. 당초 지난해로 계획됐던 약 4000억원 규모의 사업부지(9만4000㎡) 매매계약 체결 시점도 불투명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토교통부는 최근 10년 만에 연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에서 검암역 플라시아 복합환승센터에 대해 유동성 확보를 위해 PFV 설립 시기를 약 1년 순연할 것을 권고했다. 

DL이앤씨가 프로젝트금융회사(PFV) 지분 66%를 보유한 도급액 1747억원 규모 종로구 효제동 오피스텔 개발사업도 지난 2021년 말부터 착공이 2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다. 경기 오산시 양산동 60만8619㎡ 부지에 아파트 5361가구 및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오산 세마지구 개발사업' 역시 장기 미착공 사업장이다. 

자체개발사업은 사업 추진과 분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수익성이 단순시공사업에 비해 훨씬 높지만, 토지 매입부터 분양까지 건설사가 개발사업 전 단계와 자금조달을 책임져야 해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사업 추진에 실패하거나 미분양이 발생하면 손실을 시행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던 2020년경부터 건설사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앞다퉈 디벨로퍼 사업에 뛰어들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역세권·용산철도병원 부지·공릉역세권 등 자체개발사업을 시작했고 한화 건설부문은 서울역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디벨로퍼 사업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던 건설사들의 내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금리가 급상승하고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로 전환하면서부터다. DL이앤씨는 지난 연말 조직개편에서 주택사업본부 디벨로퍼사업실을 없애고 수주관리실로 조직을 변경했다. 디벨로퍼사업실 산하에 있던 디벨로퍼 4개팀도 민간사업과 공공사업팀, 도시개발팀 등으로 대체됐다.

롯데건설도 지난 2021년부터 해마다 신년사에 ‘디벨로퍼 역량 강화’를 강조했지만 올해 신년사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앞서 주택사업본부 산하 6개였던 복합개발팀을 2022년 말 5개팀으로 줄인 것도 자체개발사업 환경 변화를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자체공사 부문 매출 실적은 68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657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업계에서는 대형 건설사가 참여하는 부동산 개발사업 PF 대출 금리가 10% 안팎으로 뛰어오른 상황에서 당분간 대형 개발 프로젝트 추진이 힘들 것으로 관측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가 급등으로 단순시공사업 수익률이 5%도 안 나오는데, 자체개발사업의 경우 수익률이 20~30%로 높아 개발 사업에 대한 욕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PF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금융권의 PF 기피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위험을 무릅쓰고 부지를 새로 매입하고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