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개미 울리는 불성실공시법인… 벌점 쌓다 '상폐' 당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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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레 기자
입력 2024-01-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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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 투자를 할 때 주의할 요소들이 정말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주주라면 꼭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거래소에서 지정하는 불성실공시법인입니다. 공시의무를 소홀히 한 상장사에 거래소가 부과하는 일종의 제재라고 볼 수 있는데요.

주가에는 당연히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주주들이 회사에 대해 알아야 할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특히,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따라 벌점이 쌓이면 일정 기간 거래 정지는 물론 최악의 경우 시장 퇴출까지 당할 수도 있는데요. 최근 불성실공시법인이 계속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코스피·코스닥 모두 불성실공시법인 증가세
10일 한국거래소 기업 공시 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최근 10년 유가증권(코스피)과 코스닥시장에서는 공통적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지난 2014년 29개사에서 2018년 11개사로 지정 건수가 크게 줄었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매년(2019년 14개사→2020년 15개사→2021년 18개사→2022년 21개사) 늘어 지난해에는 36개사가 지정됐습니다.

코스닥시장의 추이는 유가증권시장과는 다소 다릅니다. 2014년 48개사에서 2018년 101개사로 2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불성실공시법인 수는 계속 늘어 2021년에는 123개사가 지정, 10년 내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021년에는 100개사로 줄었고 2022년에는 56개사까지 감소했는데요. 지난해 76개사가 지정되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불성실공시법인이란 자본시장법 및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규정에 의한 공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법인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공시 의무 위반 행위로는 공시 불이행이 있고 공시 번복이나 공시 변경 등도 이에 해당합니다. 

다만, 불성실공시법인이 많아지면 그만큼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회사의 주요 이벤트들이 알려지지 않거나 뒤늦게 알려질 수 있고 내용이 수시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투자자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겠죠.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자율규제 기관인 한국거래소가 성실한 공시 의무를 독려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가 바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는 것입니다. 

특징적인 부분은 코스피 상장사 대비 코스닥 상장사 수가 배 이상 많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공시 여력에 있습니다. 코스피 상장사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굴지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죠. 그렇지 않더라도 대부분이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회사들로 풍부한 업력을 자랑합니다. 당연히 확실한 체계도 갖췄구요. 

반면 코스닥 상장사들의 경우 스타트업을 비롯해 대부분이 중소기업입니다. 인력 등 조직 규모 면에서 코스피 상장 기업들과 체급차가 큽니다. 제도권 시장에 회사 주권을 상장시키긴 했지만 공시를 포함해 자본시장 영역에서 요구하는 세부 규정들을 챙길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상장사 수도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다만, 상장사라면 소속 시장에 상관없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데요. 불성실공시법인에 부과되는 벌점이 임계 수준을 넘어 쌓일 경우 거래정지는 물론 상장폐지를 저울질하는 상장적격성 실짐심사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성실공시법인 벌점 쌓이면 '상폐'당할 수도
불성실공시 유형은 크게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경 등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주요경영사항들을 공시 기한 이내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 누락 또는 잘 못 기재한 경우, 그리고 거래소의 정정 요구에도 정정 시한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바로 '공시불이행'입니다.

공시번복은 공시한 내용에 대한 전면취소, 부인 또는 이 상황에 준하는 내용을 공시한 경우에 해당하죠. 공시변경은 말 그대로 공시 내용 중 중요한 부분에 변경이 발생한 경우를 일컫습니다. 

이런 실수들을 반복하면 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본부와 코스닥시장본부에서 해당 상장사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합니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상장 기업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는데요. 그래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통보 받은 상장사들은 통보일 기준 7일 이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는데요. 이의 신청 기간 종료일부터 10일 이내에 상장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심의일로부터 3일 이내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를 결정합니다. 당연히 심의 과정에서 벌점 및 공시위반 제재금 등도 결정합니다.

이렇게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기업들에는 거래소가 벌점을 부과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규정이 다소 차이가 납니다.

먼저 유가증권시장입니다. 만약 벌점을 10점 이상이 부과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지정일 당일 1일간 매매거래는 정지됩니다. 동시에 지정 사유 및 부과벌점 등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에 1년간 공표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후 1년간 누적된 벌점이 15점 이상일 경우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고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고의든 실수든 공시의무를 위반하게 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게 됩니다. 주주들한테는 날벼락일 수밖에 없겠죠.

코스닥시장 기준은 보다 엄격합니다. 벌점 8점 이상이면 지정 당일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됩니다. 당연히 지정 사실도 공표되는데요. 벌점 5점 미만인 경우 일주일, 5점 이상 10점 미만이 2주일, 10점 이상인 경우 한달간 꼬리표처럼 '불'(불성실공시법인)이 따라붙습니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아 누적 벌점이 15점 이상 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습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벌점이 가장 높은 종목은 비케이탑스로 관리종목 지정 후 누적벌점이 84점에 달해 2022년 5월 16일 거래가 정지된 이후 아직까지도 재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비디아이로 46.2점을 받아 비케이탑스보다 약 두 달 앞선 2022년 3월 23일부터 거래가 중단됐습니다. 

지난 2016년도에도 한미약품이 늑장공시로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소송까지 제기한 적도 있고 지난해 5월에는 '밧데리 아저씨'로 유명한 박순혁 작가가 몸담았던 금양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적도 있습니다. 상장 기업들은 거래소 시장에 상장한 이상 공시 의무를 반듯이 준수해야 하고 투자자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투자 기업의 공시 준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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