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복합경제위기 상황에서 은행권의 대응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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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서강대학교 교수
입력 2024-0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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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등 경제 구석구석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보다 38.2%가 증가한 19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전년 동기보다 3조6000억원이 증가한 44조2000억원의 이자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이자 이익 외에도 시장금리 변동성이 줄어든 탓에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늘었고, 환율과 파생상품 관련 이익도 상당폭 증가했다. 이익이 증가하면서 국내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총유동성 비율도 크게 향상됐다. 지난해 실적만 보면 국내 은행들의 성과는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부터다. 고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인 데다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중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 대출 수요가 감소하고, 신용위험이 상승하면서 리스크 관리가 강화돼 대출 공급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경쟁 촉진 정책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수도 있다. 여기에 개인사업자, 중소기업, 가계대출 분야에 있어 연체율과 신규 연체대출 비율이 크게 상승하고 있어 기업과 가계의 부실화에 따른 손상 대출채권이 증가하고 대손충당금 전입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경쟁촉진 정책과 임베디드 금융(비금융회사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자체 플랫폼에 금융서비스를 내재화 하는 것)의 확대는 은행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은행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은행 등의 시중은행 전환, 특화전문은행 인가,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지방은행 공동대출,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확대, 온라인 예금중개 서비스 도입·확대 등 온라인을 통한 경쟁 유도 정책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이나 온라인 예금중개 서비스가 도입되면 금리와 수수료 등 금융상품에 대한 조건 비교가 쉬워져 금융권 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환대출은 신용대출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올해부터 부동산 담보대출도 포함하기로 해 땅짚고 헤엄치기식 대출 영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임베디드 금융은 온라인 상거래와 관련한 지급·결제서비스 위주로 급성장해 왔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금융회사의 업무 위탁이나 수탁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플랫폼을 통해 제공 가능한 금융서비스 범위가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 핀테크 기업뿐 아니라 유통회사, 중고거래 플랫폼 등 다양한 회사들이 금융서비스를 내재화하면서 은행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일례로, 온라인 중고차 매매 서비스에 진입한 현대자동차가 대출중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대출성 상품 판매대리·중개업’ 등록을 신청했다.

은행들은 이러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몇 가지 과제들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우선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은행 내부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말하는 게 아니다. 광범위한 고객 기반과 고객 접점을 가진 빅테크·비금융사들과 협력을 통해 고객의 문제를 보다 잘 이해하고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재구축해야 한다.

어차피 임베디드 금융이 대세가 된다면 DBS처럼 자동차, 가전, 부동산, 여행서비스 등 다양한 비금융회사들과 제휴를 맺고 이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게 디지털 경쟁력의 핵심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기반 핀테크 회사들과 협업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고객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경기 악화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비하되 기업승계 관련 투·융자, 인수합병 주선, 혁신기업 투자 등 기업금융 부문의 투자를 늘리고, 급격하게 확장되고 있는 디지털 자산 시장의 변화와 글로벌화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들이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실물분야를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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