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해상풍력 선박 시장...미국서는 존스법, 국내서는 중국산에 밀려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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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입력 2024-01-0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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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해상풍력발전 시장의 성장으로 해상풍력설치선(WTIV) 발주 또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도 WTIV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해상 전략물자법'으로 인해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고, 국내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의 공세에 밀릴 수 있기 때문에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각국의 친환경 전환에 따라 해상풍력 시장이 커지면서 2021년부터 2030년까지 필요한 WTIV는 100척 이상 발주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척당 가격을 4000억원으로 본다면 최소 40조원 이상의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WTIV는 터빈, 타워, 블레이드 등 초대형‧고중량 해상풍력발전기 주요 부품을 싣고 해상에서 이를 조립해 설치하는 전용 선박이다. WTIV가 적기에 도입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해상풍력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운 전문 인증기관인 노르웨이선급(DNV)은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증가로 2026년부터 WTIV 공급 부족 현상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WTIV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WTIV 한 대 가격은 4000억원에 이르는 등 3400억원대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보다 비싸 고부가 '선별 수주' 전략에 한창인 국내 업계가 주목하는 신시장이다. 

각국 정책 기반에 따라 해상 풍력 시장 기반도 탄탄하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30GW(기가와트) 해상풍력 건설을 목표로 두고 있는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미국향 해상풍력 기자재 수출도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전략물자로 규정된 WTIV의 상황은 다르다. 해상 전략물자법(존스법)에 따라 WTIV는 미국 본토 이내에서 만들어야 한다. 한화오션이 미국 조선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업계에서는 주요 시장인 북미 지역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높은 비용으로 인해 수익성은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 등에서 WTIV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3억 달러가 조금 넘는 데 반해, 미국에서는 5억 달러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해상풍력 분야 투자계획을 당초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증액하며 대규모 자금 투입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신재생 보급 목표에 따라 국내 해상풍력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외국계 조선 업체와의 경쟁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경쟁입찰 특성상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데, 중국 업체가 유리한 고지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 때문에 덴마크 해운사가 발주한 7000억원대 WTIV 수주전에서 밀린 전력이 있다.

해상풍력 사업자들은 터빈의 크기(용량)가 결정된 이후 WTIV의 용선이나 발주를 결정한다. 그러나 국내 조선업계가 보유한 WTIV는 주로 중·소형 터빈에 특화돼 있어 다양한 터빈 용량을 다룰 수 있는 중국계 조선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해상풍력 사업 개시 후 WTIV 도입 결정까지 3~4년이 걸리는 만큼, 국내 WTIV 시장이 본격 개화하기 전까지 국내 업계가 다양한 선종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최대 해상풍력 사업자인 오스테드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지질조사 등을 거쳐 터빈의 크기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WTIV를 정해야 하는데 한국산 배를 쓰고 싶어도 종류가 적어 선뜻 선택하기가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건조중인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디자인 조감도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건조중인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디자인 조감도 [사진=한화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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