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체크카드 발급매수(누적 기준)는 1억498만매로 지난해 말(1억517만매)보다 19만매(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용카드 발급매수는 1억2749만매로 전년 말(1억2417만매) 대비 332만매(2.7%) 증가했다.
체크카드는 연회비가 없고 가맹점 수수료도 신용카드보다 0.62%포인트 낮다. 또 장기카드대출(카드론)·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리볼빙 등 신용카드 대출 서비스처럼 부수입을 얻을 수도 없어 사실상 카드사 수익성 면에서 밀린 셈이다.
또 최근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 경쟁이 확대되면서 체크카드의 대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간편결제란 카카오·네이버·삼성·애플페이 등 별도의 실물카드 없이 모바일기기를 활용해 간단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발표한 '상반기 중 국내 지급결제동향'을 분석한 결과, 상반기 모바일기기 등을 이용한 결제 비중은 50.2%로 이는 실물카드(49.8%) 비중을 넘어선 수치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1일 평균 이용액도 2020년 4009억원에서 △2021년 5590억원 △2022년 상반기 7232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소비자들이 느끼는 실물카드의 필요성도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 비교 플랫폼 카드 고릴라가 지난해 9월 홈페이지 방문자 2873명을 대상으로 실물카드의 실효성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반수인 1536명(53.5%)이 '없어도 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성년자 신용카드 사용 시대가 도래하면서 체크카드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미성년자 대상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만 19세 이상에 한해서만 신용카드 발급을 허용하기 때문에 19세 미만인 청소년들은 신용카드 발급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금융위의 방침으로 미성년자인 자녀가 가족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부모 신용을 기준으로 하며 편의점, 교통, 서점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정 당시 가장 먼저 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해당 사업에 참여했는데 발급량이 꾸준히 오르는 등 수요가 확인됐다. 신한카드의 미성년자 신용카드인 '마이 틴즈' 발급량은 카드 출시 해인 2021년 3072매에 이어 △2022년 1만1418매 △올해 10월 1만1830매를 기록했다. 삼성카드의 '아이디 포켓 카드' 발급량도 지난해 보다 42% 상승했다.
지난 6월에는 우리카드와 현대카드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추가 지정되면서 내년 상반기 미성년자 대상 가족카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체크카드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우선 체크카드는 만 12세 이상, 은행에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계좌만 있다면 발급 신청이 가능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아직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또 신용카드보다 소득공제율이 높아 절세에 유리하다.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1년 간 사용한 카드 금액이 연 소득의 25%를 초과해야 하는데 소득공제율로 따져보면 신용카드는 15%, 체크카드는 30%다. 즉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로 소비하면 2배 더 많은 금액을 공제받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실시간 잔액 확인을 통한 결제 내역 관리 등으로 고객이 재정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다"면서 "체크카드 관련 상품 혜택이나 마케팅은 계속 개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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