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개미 호주머니 턴다고?"…유상증자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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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 기자
입력 2023-1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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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 상장한 회사가 돈 받고 새 주식을 파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고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빚을 갚기 위해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개미 돈으로 빚 갚는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유상증자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난 건수는 442건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은 154건이었는데요. 이와 비교하면 올해 유상증자가 크게 증가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유상증자는 말 그대로 유료로 대가를 받고 주식을 발행하는 겁니다. 기존 주주나 새로운 주주에게 새로 발행한 주식을 돈을 받고 파는 거죠. 기업 입장에선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니 가장 손쉽게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올해 유상증자로 늘어난 주식 수는 코스피, 코스닥을 합쳐 358만8961주입니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가 악재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니 기존에 주식을 갖고 있던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죠.

올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를 보더라도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한 후 주가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CJ CGV는 지난 6월 20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는데요. 이튿날인 21일 CJ CGV의 주가는 21% 넘게 하락 마감했습니다. 21일부터 5거래일 내내 주가가 떨어졌어요. 이 기간 하락 폭은 약 34%에 달했습니다.

뒤이어 SK이노베이션이 지난 6월 23일 1조1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는데요. 24일 주가는 6% 넘게 하락했습니다. 지난 10월 20일 8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STX도 주가가 19%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단순히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문제만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건 아닙니다. 조달된 자금의 사용처가 관건인데요. SK이노베이션은 당시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할 금액 중 3500억원을 채무 상환에 쓰겠다고 밝힌 게 투자심리를 악화시켰습니다. 전체 조달 자금의 30% 가량이죠.

지난 18일 1조3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LG디스플레이도 장 중 11% 넘게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이 회사는 조달 자금 중 30%는 시설자금, 40% 운영자금, 30%를 채무상환자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설자금은 회사가 투자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목적이 크기 때문에 일시적인 주가 하락에도 해당 유상증자를 긍정적으로 해석합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강화를 위해 유상증자에 나선다는 점을 증권가에선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분가치 희석에 따른 주가 조정이 예상되나 OLED 중심의 체질 개선이 전망됨에 따라 주가 조정을 비중 확대 전략으로 추천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운영자금이나 채무상환의 용도로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당장 가용할 현금이 부족한 기업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또 주주들의 돈으로 빚을 갚는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요.

유상증자에 누가 어떻게 참여하느냐도 중요해요. 신주 발행 대상에 따라 △주주배정 유상증자 △일반공모 유상증자 △제3자배정으로 나뉩니다. 주주배정은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주는 방식이고, 일반공모는 일반 대중에게 공모하는 방식입니다. 제3자배정은 특수관계인이나 특정 투자자에게만 신주를 주는 방식입니다.

CJ CGV와 SK이노베이션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개인투자자 주머니를 턴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웠습니다.

제3자배정 방식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건 긍정적인 신호예요. 유상증자 소식에도 주가가 뛰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카페24는 최근 보통주 175만주 가량을 구글에 배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3자배정 방식이죠. 카페24가 투자받는 규모는 260억원 규모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카페24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공시 전 1만7000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3만1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증자에 참가하는 주체가 결정된 상태에서 증자가 진행되기 때문에 투자금 유치 기대감이 커지는데요. 이 때문에 제3자배정 증자 소식에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유상증자 공시가 나올 땐 조달 규모, 조달 목적, 조달 방식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주라면 정정공시도 챙겨봐야겠죠. 기업 입장에선 고금리 등으로 부담이 크다면 유상증자라는 카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주에게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되겠죠. 자금 확보를 통해 사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가 높아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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