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헌동 SH 사장 "민간도 분양원가·이익 공개해야…신도시 개발 자신있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새롬 기자
입력 2023-12-21 0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캡션수정부탁드립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아주초대석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강남구 개포동 SH공사 사옥에서 인터뷰하면서 "집값 거품을 빼기 위해 분양원가와 개발이익 공개, 후분양제 등을 다른 공공기관과 민간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0년 동안 일관되게 아파트 값에서 거품을 빼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집값 안정화 없이는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사옥에서 만난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서는 분양원가와 분양수익 공개, 후분양제 등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SH공사 같은 공기업부터 나서서 민간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취임 2주년을 맞은 김헌동 사장은 취임 전 약 20년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연구한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김 사장은 "20년간 시민운동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집 걱정 없는 나라가 되게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정책을 제안해왔는데, 공공기관장으로서 올바른 방향으로 주택 공급을 직접 실현할 수 있으니 매일매일이 기뻤다. 2년간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공기업 사장 역할은 결국 공익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추구할 공익은 공공기관으로서 서민들이 오래 살 수 있는 좋은 집을 아주 잘 짓는 것이다. 수백 년 뒤에도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할 튼튼하고 아름다운 집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SH공사 분양원가 공개·후분양제 민간까지 확대돼야···3기 신도시 건설 자신있어"
SH공사가 실천하고 있는 분양원가·수익 공개, 후분양제 등에 대한 김 사장의 자부심은 상당했다. 그는 "우리는 재산과 분양원가, 사업을 통해 남긴 수익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집값 거품을 빼자는 목표를 위해서다. 90% 공사 후 분양, 분양원가 상세 공개가 SH공사에 와서 한 것 중 가장 잘한 일이며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 분양가가 치솟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김 사장은 "공공기관이 나서서 분양가를 공개해야 민간에도 영향이 미칠 텐데 아직까지 이를 실천하는 곳은 우리뿐"이라며 "공공도 민간도 원가를 부풀리고, 짓기도 전에 분양하고, 사전 청약까지 하는 것은 소비자가 아닌 건설사나 공공 공급자, 금융사 등 공급자를 위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SH공사의 충분한 재원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신도시 공급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충분한 재원을 활용해 많은 물량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사장은 "SH공사가 동원 가능한 자금은 30조원에 달한다"며 "국토교통부 허가만 난다면 3기 신도시 4개 지구 약 5만가구를 모두 후분양으로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건설사 자금 조달 환경이 어렵지만 SH공사 같은 우량 기업은 다르다. 지금 당장 조달할 수 있는 자금만도 10조원 수준이며 부채도 임대주택 10만채 보증금을 제외하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 신도시는 서울의 베드타운 기능을 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집값을 더 자극하고 교통난만 유발했다"며 "기존 개발 방식과 다르게 인프라를 깔아 자족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업무·상업시설을 충분히 공급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SH공사는 은퇴한 서울시민들이 경기도나 지방에 거주하고 살던 주택을 서울 수요자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도시를 개발하는 '골드타운' '골드시티' 사업모델을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신도시에 골드타운을 건설해 서울로 굳이 출퇴근할 필요가 없는 은퇴자 중심 주택을 공급하고, 서울 집은 SH공사에 팔거나 임대로 내놓으면 서울 청년층 직장인들이 이를 이용할 수 있다"며 "이미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서로 와 달라고 난리다. 1호 골드시티 삼척에 이어 춘천과 양양, 속초, 경상도와 충청 지역에서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캡션수정부탁드립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아주초대석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강남구 개포동 SH공사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반값 주택, 경기 신축보다 주거 부담 낮아···중소형 아파트 공급 늘릴 것"
지금까지 고덕 강일지구에 2곳, 마곡지구에 1곳 공급한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분양주택)'도 더 많은 곳에 공급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이달 말 '마곡16단지' 공고를 내고 사전예약을 받는다. 인허가 절차가 미뤄진 성뒤마을과 송파구 성동구치소 부지도 내년 공급 목표로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곳에 반값 주택을 공급하려 한다"고 말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 임대료가 비싸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김 사장은 "우리가 건물만 파는 이유는 이익을 크게 남기려는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주거비용 부담을 줄여주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반값 아파트는 건물 분양가 3억원대에 토지 임대료로 한 달에 35만~40만원을 받는다. 땅값으로 총 1억2000만원 정도 내는 셈이니 서울에서 4억5000만원에 전용 59㎡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웬만한 경기도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내는 대출이자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토지 재산권 때문에 향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SH공사 '백년주택' 개념을 들어 "우리가 짓는 아파트는 100년 이상 살 수 있는 주택이다. 30년만 지나도 부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기존 주택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위주인 '신축약정형 매입임대'를 줄이고 아파트를 새로 짓는 '건설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을 위해 기존처럼 질 낮은 빌라를 비싸게 매입하는 게 아니라 중소형 면적 아파트를 지어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尹정부 공급 성과 미진…국토부·공공기관 힘 합쳐야"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신도시를 건설하는 이유는 보다 많은 물량을 보다 빠른 속도로, 보다 저렴한 값에 일시에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전 정부 시기인 2018년부터 3기 신도시 건설만이 ‘집값을 잡는 대책’이라고 했는데 아직 시작도 안 했다"며 "윤석열 정부도 250만가구+α, 공공분양 50만가구 공급계획이었는데 지금까지 얼마나 했나. 5년 임기 동안 1년에 10만가구를 짓는다고 계산하면 적어도 15만가구는 지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2만가구도 안 지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에는 개발할 땅이 없으니 국토부가 지정해 놓고 손도 못 댄 수도권 신도시에 SH공사가 가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아파트 공급을 돕겠다는 것"이라며 "SH공사 방식으로 거품 뺀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면 경기는 물론 서울 집값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은 임기 1년 동안 김 사장은 그간 SH공사가 추진한 '건설 이권 카르텔 혁파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 SH공사는 마곡지구 도시개발사업 개발이익을 과거 성남 판교 등과 비교한 결과와 후분양제로 공급한 SH공사 아파트 분양가가 LH 선분양 아파트 분양가보다 저렴하다는 내용 등을 발표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그간 오랫동안 깨지지 않던 이권 카르텔을 깰 정책을 도입해 추진해왔다. 원가 공개, 후분양, 직접 시공 등 다른 공기업이나 민간 건설회사들이 하지 않는 방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다른 공기업이나 민간 참여가 부족하다. 법·제도 문제라면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고, 홍보가 부족하다면 더 열심히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갈 길은 멀었지만 우리 공사의 노력으로도 상당 부분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은 SH공사 혼자 하고 있지만 정부와 나머지 다른 기관들도 앞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기가 끝난 후에는 새로운 시민단체를 만들어 앞으로 20년간 또다시 주거 안정을 위해 고민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시민들과 함께 제가 만들어 놓은 정책이 후퇴하는지, 미진한 건 없는지 들여다보면서 우리나라가 집 걱정 없는 나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때까지 계속 주거 문제를 감시하고, 정책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