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살개 그림에 시 직접 쓴 영조, 탕평책 반대한 신하들 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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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3-12-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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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박물관 '탕탕평평' 展 개막

  • 화가 김두량 그림 관람객에 첫 공개

  • "새로운 사회 지향한 영·정조 이야기"

 
삽살개1743년 그림 김두량 글·글씨 영조 부산시 유형문화재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삽살개'(1743년). 그림 김두량, 글·글씨 영조. 부산시 유형문화재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사립문을 밤에 지키는 것이 네가 맡은 임무이거늘, 어찌하여 길에서 대낮에 이렇게 짖고 있느냐(柴門夜直 是爾之任 如何途上 晝亦若此).”
 
삽살개가 고개를 치켜들고 이빨을 드러낸 채 짖고 있는 그림은 위협감을 느끼게 한다. 삽살개가 이토록 사납게 표현된 이유는 그림 속 영조(재위 1724~1776)가 직접 쓴 시에서 알 수 있다. 영조는 탕평을 따르지 않는 신하를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않는 삽살개에 비유했다. 영조는 글과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전했다.
 
2024년 영조 즉위 300주년을 맞아 18세기 궁중 서화를 다룬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영조와 정조(재위 1776∼1800)가 ‘탕평한 세상’을 이루기 위해 글과 그림을 어떻게 활용했고 소통했는지 주목하는 전시다. 영조와 정조가 쓴 어필(御筆·임금이 쓴 글씨)을 비롯해 국보 1건, 보물 11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5건 등 유물 총 54건 88점으로 두 임금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화가 김두량(1696∼1763)이 그린 ‘삽살개’는 그동안 자료로만 알려졌으나 전시를 통해 일반 관람객과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조가 왕세제로 책봉되고 즉위하는 과정에서 왕위 계승 문제로 신하들 간 대립이 격화됐다. 즉위 뒤에도 ‘경종 독살설’을 내세우며 그의 왕위 계승에 의혹을 제기하는 무리가 있었다. 이를 타개하고자 영조는 국왕이 중심이 된 ‘황극탕평(皇極蕩平)'을 추진하며 균역법 등 백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황극탕평’은 임금이 표준을 바로 세우면 만백성이 그것을 자신의 표준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1743년 사헌부와 한참 갈등을 빚던 시기에 고개를 치켜든 채 사납게 짖는 삽살개 모습 옆에 영조가 남긴 시구에는 탕평책을 반대하는 신하를 향한 강한 질책이 담겨 있다.
화성원행도華城園幸圖1795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화성원행도(華城園幸圖)'(1795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 ‘탕평의 길로 나아가다’에서는 글과 그림으로 탕평의 의미와 의지를 전하는 서적과 그림을 전시한다. 영·정조가 글과 그림으로 지지 세력을 확대하는 내용은 제2부 ‘인재를 고루 등용해 탕평을 이루다’에서 다뤘다. 제3부 ‘왕도를 바로 세워 탕평을 이루다’에서는 영·정조가 효와 예를 내세워 정당한 왕위 계승자임을 강조하는 상황을 전시한다.
 
제4부 ‘질서와 화합의 탕평’은 정통성 문제로 분열되었던 정치권 통합을 이룬 정조가 1795년 화성에서 개최한 기념비적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화성원행도’ 8폭 병풍에는 왕을 중심으로 신하들이 질서를 이루고 백성은 편안한 이상적 모습이 구현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영조 역을 맡았던 배우 이덕화가 재능 기부로 참여한 음성 설명을 들을 수 있다. 10세 이상 어린이를 위한 별도 음성 안내도 준비돼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10일까지 열리며 개막을 기념해 오는 17일까지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개막을 하루 앞둔 7일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사회적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사회를 지향했던 조선의 두 왕과 이들의 소통을 조명한 전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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