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섭의 머니집테크] 청년 몰리는 '토지임대부주택'…투자상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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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기자
입력 2023-11-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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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월세 등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토지임대부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주택이 치솟는 집값에 지친 청약 대기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집값 안정과 주택 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토지임대부주택의 흥행이 계속될 지에 대해서는 시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장점만큼 단점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토지임대료의 가격이 더 오르면 장점이 사라지는 데다, 추후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수요자들이 조건 등을 잘 따져보고 신청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가 고공행진에 반값 아파트로 눈 돌리는 청년층

22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토지임대부주택은 토지 외 건축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일반 주택보다 분양가를 '반값'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토지 임대료를 내고 이용하는 주택을 말한다. 낮은 분양가로 최장 80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 토지 임대료도 비교적 저렴해 최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몇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서민 주거 불안정성이 커지자 토지임대부주택은 주택 공급과 집값 안정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카드로 떠올랐다. '분양'의 성격을 띄고 있는 데다 분양가가 낮아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적고, 토지를 공공이 쥐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 기대감에 따른 집값 상승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수요자 관심도 높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최근 진행한 뉴:홈 나눔형(토지임대부주택) 마곡10-2단지 일반공급 사전청약 결과 13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3월 사전청약을 진행한 고덕강일지구3단지도 500가구 모집에 약 2만명이 몰려 평균 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토지임대부주택 흥행의 가장 큰 원인으로 가격을 꼽는다.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그 위에 지어지는 건축물만 분양하는 주택의 특성상 공급가를 낮출 수 있어 인근 주택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반값 수준으로 저렴해서다. 입지가 좋은 지역에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돼 실수요를 목적으로 하는 청년층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는 평가다.

SH공사에 따르면 마곡10-2단지 전용면적 59㎡(단일평형 공급)의 추정 건물 분양가는 3억1119만원, 추정 토지임대료는 월 69만7600원이다. 국토부 아파트 실거래가 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인근에 위치한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59㎡가 지난 9월 10억8500만~11억3000만원에 거래된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사진SH공사
마곡 10-2단지 조감도 [사진=SH공사]
 
'가격 경쟁력' 유지 의문에 시세차익도 어려워…흥행 장기화 안갯속

다만 토지임대부주택의 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안갯속이다. 우선 흥행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가격 경쟁력이 유지될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하다. 지금도 여러 요인으로 인해 월 토지임대료 부담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향후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 임대료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토지임대부주택의 추정 월 임대료는 부가가치세가 빠진 금액이다. 마곡 10-2단지의 경우 추정 토지임대료에 통상 10%의 부가가치세를 붙이면 월 69만7600원에서 76만7360원이 된다. 여기에 관리비와 보증금에 대한 대출 이자까지 추가된다.

향후 물가 및 금리 인상 등의 요인으로 입주 시점이나 입주 후에 토지임대료가 증액될 여지도 있다. 토지임대부주택은 입주 2년이 지나면 상한 내에서 임대료 증액이 가능하다. 2013년 입주한 서초 LH5단지도 입주 2년이 지나자 토지임대료를 4.6% 올린 바 있다.

자산증식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실수요자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다. 토지임대부주택은 의무거주기간(5년) 이후 LH, SH 등 공공기관에만 환매가 가능하다. 

또한 건축물 소유권만 가지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되고, 토지가 공공 소유라 향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용산구 중산시범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아파트는 1970년에 지어져 토지임대부로 공급됐다. 그러나 중산시범의 건물 부지는 서울시 등 공공 소유라 재건축을 하고 싶어도 주민들이 서울시와 용산구청으로부터 땅을 매입하는 게 우선이라 준공한지 50년이 지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 부담이 높은 상황이라 당장 저렴하게 공급되는 토지임대부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며 "다만 토지임대부주택의 경우 감가상각이 되는 데다 향후 집값이 떨어지면 이런 정책 상품의 가격이 가장 먼저 떨어지기 때문에 자산 증식 면에서 메리트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상승하는 토지임대료, 환매제한 등 이런 부분들을 제도적으로 보완·개선해주지 않는다면 주택시장 안정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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