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 가계 부채가 전체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부채는 국가 경제 규모 대비 세계에서 둘째로 빠르게 늘었고, 건설 부채가 크게 불어나는 등 부채의 질도 우려스럽다. 최근 높은 금리에도 대출 급증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향후 부실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기준 100.2%를 기록했으며, 지난 2020년 이후 4년 연속 34개국 중 가장 높았다. 가계부채가 전체 경제 규모를 웃돈 것도 조사국 중 유일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非)금융 기업 부채 비율은 126.1%로 집계됐다. 이는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셋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을 웃도는 국가는 △홍콩(267.9%) △중국(166.9%)뿐이었다. 한국 기업의 부채 비율은 지난 2분기(120.9%)에서 5.2%포인트 급증해 3개월 만에 기존 3위인 싱가포르를 앞섰다.
특히 같은 기간 증가폭은 말레이시아(58.3→86.9%)의 28.6%포인트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컸다. 고물가 충격으로 세계가 긴축 기조로 돌아선 가운데 이런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기업 부채 비율이 거꾸로 높아진 나라는 한국,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모두 9개국에 불과했다.
부채 질에 대한 우려도 크다. 민간 대출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건설업 대출 잔액은 22조3381억원으로, 2분기 말에 20조9727억원을 기록한 것보다 1조3654억원이 불었다. 올해 증가폭(2조3409억원) 대비 최근 3개월의 증가폭은 약 3분의 2 수준에 달한다.
어려운 건설 경기를 위한 지원이라고는 하나, 급격히 대출이 늘어날 경우 향후 부동산 경기 침체 시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 연체율이 다른 업권 대비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건설업) 지원도 필요하지만 높은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땐 경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부실 리스크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올해 들어 10월까지 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은 약 40%를 기록했다. 이는 조사대상 17개국 중 둘째로 높으며,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네덜란드(약 60%)뿐이었다. 비교 조사 대상 국가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캐나다·호주·싱가포르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포함됐다. IIF는 "올해 세계가 민간 부문 대출을 줄이는 가운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부터 취약해지고 있다"면서 "이런 경향은 기업 부도 건수 증가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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