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개혁…초심 잃었다" 中잡지, 習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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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11-0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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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진보성향 차이신주간 최신호 사설

  • 18기3중전회 10주년 "개혁개방 정신 상실"

  • '국유기업 민영화' 등 '리코노믹스' 찬양

  • 20기3중전회 앞두고 커지는 개혁 목소리

  • 반면 '毛 유산' 소환한 習···'펑차오(楓橋) 경험' 띄우기

중국 차이신주간 최신호에 게재된 개혁
중국 차이신주간 최신호에는 '개혁은 새 돌파구가 시급하다'는 제하의 사설이 게재됐다. [사진=차이신망 캡처]

“황허와 창장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잘못을 바로잡는 것도 개혁이다.”


중국 경제매체인 차이신(財新) 산하 주간지 차이신주간이 6일 발행한 최신호에 게재된 사설 내용이다. ‘개혁은 새 돌파구가 시급하다(改革亟須新突破)’는 제목의 1851자 사설은 중국 지도부에 개혁·개방을 촉구하며 쓴소리를 냈다. 리커창 전 총리 사망을 계기로 사회 곳곳서 터져 나오는 현실 권력에 대한 불만과 비판 목소리를 담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이신은 중국에서 매달 민간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발표할 정도로 권위 있는 매체다. 평소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게재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이 사설은 중국 온라인에서 삭제돼 찾아볼 수 없다. 
 
"18기3중전회 개혁정신 상실했다" '리코노믹스' 에둘러 찬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설은 10년 전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1기 첫해인 2013년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8기3중전회)에서 ‘전면적 개혁개방 심화에 관한 중대한 결정’을 통과시켰다며 개혁의 범위와 강도는 전례가 없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18기3중전회 정신을 이어받아 시 주석 집권 초기에는 300여종의 개혁조치가 시행돼 국내외 찬사를 받았다고도 전했다.

사설은 이어 “창장과 황허는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長江黃河水不會倒流)”며 “개혁은 마치 릴레이처럼 바통을 계속 터치하며 이어져 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장과 황허는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는 말은 리커창 전 총리가 지난해 제로코로나 방역으로 중국 개혁·개방 기조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때 ‘개혁·개방 설계사’ 덩샤오핑 동상 앞에 헌화하면서 한 말이다. 사설은 다만 리커창 전 총리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이어 사설은 "하지만 오늘날 중국 일부 관료들이 너무 많이 간섭해 과거 시장을 자원배분의 주요 동력으로 삼았던 정신을 잃어버렸다"고 일침을 가하며 “오늘날 민간에서 보고 느끼는 것과 기대한 바 사이에 어느 정도 괴리가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사실상 시진핑 지도부가 18기3중전회 개혁개방 정신의 '초심'을 상실했다고 비판한 셈이다. 

사설은 일부 관료들이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사실은 '18기3중전회 개혁정신'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시장의 간섭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존재한다며 시진핑 주석의 주요 업적으로 여겨지는 3년간의 ‘제로코로나’ 방역정책을 예로 들었다. 당시 "일부 관료들의 과다한 미시적 간섭, 획일적이고 과중한 규제로 시장주체가 겪은 고통은 형언할 수 없었다"고 쓴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사설은 에둘러서 리 전 총리가 취임 초기 강력히 추진했던 경제 구조개혁, 이른바 ‘리커노믹스(리커창 경제정책)’를 높이 평가했다. 정부 주도 경제성장 모델은 한계에 달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정책이 리커노믹스다. 국유기업의 민영화에 초점을 맞춘 혼합소유제 개혁, ‘팡관푸(放管服,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행정권한 이양)' 개혁, 행정 간소화 등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사설은 "현재 중국 경제 사회가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개혁은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하다"며, 특히 사상 해방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개혁도 개혁이지만, 잘못을 바로잡는 것도 개혁"이라고 했다. 
 
20기3중전회 앞두고···커지는 개혁개방 '목소리'
이 사설은 현재 중국 현 지도부의 정책 방향에 사실상 쓴소리를 낸 것으로 읽다. 올 들어 중국 공산당이 국가 안보 강화를 내세워 사회는 물론 경제·금융 분야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을 놓고 개혁개방 정신이 후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사설은 사실상 이러한 중국 지도부에 대한 사회의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3중전회)를 앞두고 중국 지도부에 개혁개방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간 3중전회에서는 중국 새 지도부가 국가 발전과 주요 경제개혁 정책 방향을 제시해 온 게 관례다. 대표적인 게 1978년 11기3중전회다. 당시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이 중국 개혁개방 노선을 제시한 회의로 유명하다. 이후 역대 3중전회에서는 대체로 개혁을 논의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개혁발전연구원 츠푸린(遲福林) 원장도 지난달 말 열린 한 포럼 석상 기조연설에서 "올해로 18기3중전회 개최 10주년을 맞았지만, 중국 개혁개방은 역사적 갈림길에 놓여 있다”며 시장이 자신감을 되찾으려면 정부가 역할을 크게 줄이고, 관리감독 강화를 이유로 만들었던 각종 제도적 걸림돌과 시장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자오수이성(趙穗生) 미국 덴버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중국 정치·경제 개혁은 크게 후퇴했다"며 "(차이신주간) 사설은 중국 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대변하지만, 정책적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마오쩌둥 유산' 소환한 習···'펑차오(楓橋) 경험 띄우기'
사진11월7일자
11월 7일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 시진핑 주석이 전날 '펑차오 모델'로 선정된 기관 단체 대표들과 만났다는 기사가 헤드라인으로 게재됐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시진핑 주석은 60년 전 마오쩌둥이 강조했던 치안관리 방식인  '펑차오(楓橋) 경험'을 소환해 주목받았다.

시 주석은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법계 관료들이 모인 자리에 '펑차오 모델'로 선정된 사회 하부기관 단체 대표들을 초청해 공로를 치하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다음날인 7일 1면 헤드라인에 이 기사를 게재할 정도로 비중 있게 보도했다. 

펑차오 경험은 과거 1960년대 저장성 사오싱시 펑차오진에서 도입된 치안관리 방식이다. 당시 현지 주민들은 혁명군중으로 동원돼 경찰과 함께 지역 내 불순분자를 감시하며 지역 질서유지에 참여했다. 이 방식은 1963년 성공적인 경험으로 중앙에 보고됐고, 마오쩌둥이 극찬하면서 펑차오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확산했다. 일각에서는 주민에 의한 상호감시 시스템으로 해석돼 사실상 사회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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