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물가 오르는데 '기업 가격인상 자제' 메시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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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서 기자
입력 2023-11-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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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을 하던 중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봤다. 1000원이 익숙한 공깃밥 가격란에 '2000원'이 적힌 게 인상적이었다. 물가가 높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크게 피부로 와닿았던 장면이다.

정부는 그간 10월에 들어서면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3.8% 상승했다. 석 달 연속으로 3%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하반기 들어 물가 안정세가 찾아올 것'이라는 정부 예측이 엇나갔다. 

안 그래도 투명한 직장인들의 유리지갑도 깨지기 일보 직전이다. 사업체노동력조사를 살펴보면 임금총액 상승률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6개월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실질임금은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6% 줄었다. 들어오는 돈이 늘었어도 고물가 영향에 나가는 돈이 더 많아 지갑이 점차 얇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대책이 없고 실효성에도 의문이 든다. 특히 기업을 향해 원가 절감으로 가격 상승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달라며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메시지에도 물음표가 지어진다. 억누른 가격 상승 요인이 한 번에 터질 경우 눌렸던 스프링처럼 더욱 크게 튀어오르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가격 상승을 최소화하려다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희망퇴직을 포함한 자구책 마련에 부심 중인 한국전력의 사례도 있다.

정부 메시지에도 슬슬 눈치만 보던 업계는 하나둘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 서민 주류인 소주와 맥주 가격이 다음 달부터 오른다.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가격을 올렸다. 가격 인상 도미노가 추가로 계속될 경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는 외식 물가 상승률이 더 뛰어오를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일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디 고위 정책결정자들의 말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적절한 정책으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김성서 기자
김성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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