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유통 핫이슈] 종가세와 종량제 사이…해묵은 주세법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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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3-11-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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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과세표준 변경 추진…"3000㎘ 이하 50% 세금 감면"

지난 6월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CU 올림픽광장점에서 시민들이 위스키 등 인기주류 오픈런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CU 올림픽광장점에서 시민들이 위스키 등 인기 주류 오픈런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50년 넘게 해묵은 주세법 논란이 이번에는 해결될까.
 
1일 국회에 따르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증류주 종량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대표발의했다.
 
고 의원은 “증류주의 경우, 주류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해 72%의 고세율을 적용해 주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증류주 제조업체의 세금 부담이 높아 신제품 개발 및 품질 고급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과세표준을 주류 수량으로 변경해 세금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개정안은 8조 4항에 ‘중소기업 주류 제조자가 제조하는 주류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량(3000㎘ 이하에 한함)에 대한 세율을 50% 감경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신설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용어부터 정리를 하자면, 주세법은 단어 그대로 술(주·酒)에 붙는 세금(稅金)을 말한다.
 
종가세는 과세 대상인 술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세금이고, 종량세는 술의 양에 따라 매기는 세금이다. 현재 국내는 주정·탁주(막걸리)·맥주에만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이미 미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은 증류주에 종량세를 부과해왔다.
 
위스키나 소주 같은 증류주에 출고가가 높을수록 많은 세금을 책정하는 종가세가 적용된 것이 무려 1968년부터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그래픽=김효곤 기자]

◆수입 위스키, 세금만 72%…‘종량세’ 도입 여론 높아져
 
그렇다면 술에 붙는 세금이 얼마나 되길래 논란이 계속되고 있을까.
 
1ℓ 용량 알코올 도수 40도짜리 위스키 과세표준이 20만원이라고 가정해보자. 다른 해외 국가들은 종량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용량과 도수가 같으면 주세가 일정하다.
 
반면 국내법을 적용할 경우, 같은 도수와 용량은 △주세(14만4000원) △교육세(4만3200원) △부가세(3만8720원)가 붙는다. 위스키의 세금 비중이 72%라는 것이 여기서 나온다.
 
수입 위스키는 관세 20%에 주세 72%를 매기고, 여기에 교육세(30%)와 부가가치세(10%)까지 부과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물건을 들이면 위스키 출고가의 155%가 세금에 해당된다.
 
고 의원의 개정안은 10만원인 위스키와 100만원짜리 위스키의 도수와 용량이 같다면, 균등하게 똑같은 세금을 부과하는 형태다.
 
개정안대로 세금이 절반으로 감면되면 선택 폭이 굉장히 넓어질 수밖에 없다. 주류 자체가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최근 위스키 열풍과 함께 나타난 국내 증류소에서 만들어지는 ‘토종 위스키’의 육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주류를 만들 때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행 종가세에선 1년 숙성 소주와 10년 숙성한 소주의 세금이 큰 차이가 난다. 숙성연도가 높을수록 출고가가 높아져서다.
 
국내에서는 ‘한국인 최초의 위스키 디스틸러(증류주 생산자)’로 불리는 김창수 대표가 경기도 김포에서 만든 ‘김창수위스키’다.
 
쓰리소사이어티스는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표방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에 증류소가 있는 이 회사는 2020년 도정한 대표, 스코틀랜드 출신 마스터 디스틸러 앤드류 샌드 등이 모여 설립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전통주를 전통주라 부를 수 없다’…주종 간 입장 엇갈려
 
주세법이 수십년째 제자리인 것은 주종 간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엮여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개정안도 같은 맥락에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크게 보면 알코올 도수가 높은 ‘고도수’와 도수가 낮은 ‘저도수’, 품목별로 보면 위스키와 전통주 간의 입장이 갈린다. 또한 전통주 내에서도 말 그대로 전통주와 국산 막걸리 사이 입장의 간극도 존재한다.
 
한 전통주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에 대해 “3000㎘까지 50% 세금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위스키는 고도주라 3000㎘라고 해도 물량이 많고, 전통주는 도수가 낮고 물량이 적기 때문에 세금 감면에 알코올 도수를 넣어 차등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주류업체와 중소 주류업체 등 기업 규모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유성운 증류주협회 사무차장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증류주 종량세 실시로 인해 수입주류와의 역차별 문제가 어느 정도 완화되기 때문에 찬성한다”면서도 “증류주 3000㎘는 어마어마한 양으로 절대 중소기업이 할 수 없는 용량”이라고 지적했다. 3000㎘는 350㎖ 기준 860만병 정도의 양이다.
 
주세법에서는 알코올 1% 이상 포함된 음료를 술로 정의한다. 또한 술의 종류를 발효주와 증류주, 주정, 기타주류 등으로 나뉜다.
 
통상 발효주는 과실이나 곡류를 당화시켜 생긴 당(주로 포도당)이나 과실 자체의 당을 발효시켜 만든 술로 △탁주·약주 △청주 △맥주 △과실주로 구분한다. 증류주는 발효주를 증류한 술로 발효주보다 알코올 성분의 비율을 높인 술이다. 막걸리를 증류한 것이 소주이다. 주정은 희석해 마실 수 있는 에틸알코올을 지칭한다.
 
전통주의 사전적 의미는 한 국가나 지역 등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양조법으로 만든 술이다. 하지만 법률적으로는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야 한다.
 
법률에 따르면, △주류부문의 국가 또는 시·도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하는 주류(민속주) △주류부문의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민속주) △농업 경영체 및 생산자 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주류 제조장 소재지 관할 또는 인접 시·군·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하는 주류(지역 특산주) 등 세 가지다.
 
이 같은 기준 때문에 똑같은 증류주지만, 우리가 잘 아는 국순당, 서울장수 막걸리 등은 전통주가 아니다.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는 농업회사법인에서 만들어서 전통주이고, 광주요에서 만든 ‘화요’는 농업경영체가 아니어서 전통주에서 제외되는 식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특산물로 만든 국산 와인은 주종은 서양에서 유래된 ‘와인’이지만, ‘지역 특산주’인 전통주로 분류된다.
 
막걸리업계 관계자는 “법률적으로는 제조방식에 무게를 두기보다 ‘어디서, 누가 만드냐’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맹점이 발생한다”며 “이번 개정안에는 이런 부분들이 한 번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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