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5대 궁궐 트레킹] "창덕궁 넘어 펼쳐지는 가을의 정수, 창경궁에서 쌓아가는 추억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송윤서 수습기자
입력 2023-10-21 19:1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을 찍었어요. 처마를 되게 좋아해서...”

 본지가 주최한 ‘청와대‧5대 궁궐 트레킹’에는 중국인 유학생 류가아(23) 씨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는 조금 전 촬영한 사진을 건네 보이며, "푸른 하늘이 배경인 사진엔 처마 끝에 걸리 구름 한 점까지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창경궁 처마 지붕은 가을의 푸른 하늘에 걸쳐 있다"며 "가을 정취로 물든 궁궐 풍경에 감탄스러웠다"고 전했다. 

창덕궁 돈화문에 입장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문 하나가 방문객을 반긴다. 문지방 너머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바람에 단풍이 나부끼는 소리가 온몸을 감싸는 이곳은 창경궁이다.
 
21일 서울에서 열린 청와대·서울 5대 궁궐 트레킹 참가자들이 창경궁 앞에서 코스 완주 스탬프를 들어보이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21일 서울에서 열린 청와대·서울 5대 궁궐 트레킹 참가자들이 창경궁 앞에서 코스 완주 스탬프를 들어보이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경복궁, 창덕궁에 이어 세 번째로 지어진 조선시대 궁궐 창경궁은 왕이 정사를 돌보기 위해 지은 것이 아니라 생활 공간을 넓힐 목적으로 세워졌다고 이곳 고궁해설사는 설명했다. 이 해설사는 "그런 탓에 다른 궁과 비교해 볼 때 그 규모나 배치 등에 있어 다른 점이 많다"며 "전각의 수도 많지 않고 규모도 아담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날의 7번째 코스인 창경궁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연신 풍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창경궁 명소로 꼽히는 춘당지에 앉아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던 중국 유학생 참가자 A씨는 “고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하이킹 코스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600명 규모의 하이킹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그는 "평소 서울 주변으로 하이킹을 자주 나갔지만, 이번 궁권 트레킹은 서울 시내 궁궐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고 했다.

창경궁을 방문한 참가자들은 오랜 인연과 소중한 추억을 쌓는 시간을 가졌다. 퇴직 후 삶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는 한 60대 부부 참가자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서로의 사진을 담아냈다. 평소 걷기를 좋아한다는 이들 부부는 고궁을 내려다보니 참 아름답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인연을 맺은 친구들과 함께 참여한 김기진(55) 씨는 “고궁 한두 군데는 다녀봤지만 이렇게 청와대까지 다 아우르는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감탄을 자아냈다. 내년에도 참가할 계획이라는 그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30년 넘은 우정이 빛을 발하는 순간도 있었다. 지난해 걷기 행사에 참여한 B씨는 이번엔 다른 친구들의 몫을 함께 예약했다. 고등학교 동창인 세 명의 참가자는 친구가 예약한 덕에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을 고궁 아니면 어디서 보겠나”라며 “왕들의 흔적을 느낄 기회”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연달아 참여 중인 참가자는 이 뿐 아니었다. 중국인 관광객 C씨도 일 년 전의 기억이 좋게 남아 다시 참가 의사를 밝혔다. 작년엔 날씨가 좀 더 따뜻했다고 회상하던 그는 친구들과 함께 산책하기 좋다고 생각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조금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작년과 다른 또 한 가지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열린 이번 행사엔 마스크를 쓴 참가자를 찾기가 힘들었다. 이들 또한 마스크를 벗고 다니니 공기가 참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고궁을 둘러보던 참가자들은 왕실의 희로애락을 피부로 느끼기도 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온 가족이 함께 행사에 참여한 강철원(17) 씨는 궁궐을 거닐며 왕들의 기분을 생각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큰 궐을 다니려면 좀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고즈넉한 궁은 때때로 역사적 아픔을 상기시켰다. 이번 기회에 창경궁에 올 수 있었다는 60대 부부는 과거 기억을 떠올리며 쓸쓸함을 전했다. “우리 어렸을 때 여긴 동물원이었다”며 “역사적 아픔을 딛고 이런 시대를 맞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