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먹기로 할부금 납부"...소비자 울리는 카드할부 피해액 57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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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10-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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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부거래 피해, 유사투자자문업·헬스장서 많이 발생

  • "업체-소비자, 계속적 거래관계라면 중도해지 가능"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8세 자녀를 둔 A씨는 2020년 7월 유명 학습지 브랜드인 B사에 36개월짜리 학습지 서비스를 신청했다. 한 달 후 "학습지를 더 이상 못하겠다"는 아이 말에 A씨는 서비스 해지를 요청하고 자동이체를 중단했다. 하지만 B사는 A씨에게 물품 대금과 위약금으로 43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결국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계약기간 중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 지난해 2월 B씨는 서울 시내 한 헬스장에서 7개월간 운동을 하기로 하고 48만원을 6개월 할부로 결제했다. 두 달 후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중도해지를 요구했으나 헬스장은 이를 거절했다. 계약서에 중도해지 불가 조항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상담센터는 "중도해지 불가 계약은 무효"라고 말했다. 그러나 헬스장은 여전히 B씨에게 할부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업체 때문에 피해를 입고도 중도 계약해지를 못하는 신용카드 할부거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신용등급에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할부금을 납부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업체 측에서 할부거래 계약을 불이행했다며 과다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에 할부거래 피해로 접수된 피해구제 건수가 최근 5년간 4만173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6147건이었던 할부거래 피해구제 건수는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8069건을 기록한 뒤 올해는 상반기에만 4390건을 넘어섰다.
 
사진아주경제DB
최근 5년(2018~2023년 6월) 신용카드 할부거래 피해 현황 [사진=아주경제DB]

접수된 내용 대부분은 업체 측에 부당거래를 당하고도 중도 계약해지를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할부금을 지불하는 사례다. 업체는 상품 계약 시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한 뒤 약관을 근거로 중도해지를 불가능하게 했다. 소비자는 할부금을 내지 않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도 매달 돈을 지불했다.

할부거래 피해는 유사투자자문업(9242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헬스장(3323건), 이동전화서비스(1551건), 인터넷교육서비스(1207건), 항공여객서비스(959건) 등 5개 업종이 뒤를 이었다. 5개 업종에서 발생한 할부거래 피해액은 무려 5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도해지는 '계약불이행'이라며 위약금을 과다하게 청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위약금 청구는 주로 결혼중개, 컴퓨터‧통신교육, 헬스‧피트니스, 요가‧필라테스, 미용, 학습지 등 업종에서 발생했다. 이마저도 즉각적인 피해구제는 어려워 소비자는 스스로 위약금 지급명령 취소 소송이나 위약금 반환 소송을 벌여야 했다.

법조계에서는 서비스 계약을 통해 소비자를 '계속적 거래관계'에 두고 일방적으로 상품을 공급한다면 계약해지가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박재천 변호사는 "일회성 거래가 아닌 계속거래에 해당하는 상품은 얼마든지 중도해지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업체에서 불법적인 약관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해서 소비자의 해지권 행사를 방해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잘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할부거래 중도해지 시 환급금을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성준 의원은 "각종 상품 계약 시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는 광고를 규제하고 해지 조건 등 중요 정보는 반드시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한다"며 "특히 할부거래건에서 해약환급금(계약해지 환급금)을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을 추가로 마련해 피해 소비자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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