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 영화 피로감" 中 국경절 '한국전쟁' 영화 흥행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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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10-0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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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카이거 감독 '지원군' 박스오피스 저조

  • 2021년 '장진호' 흥행몰이와 비교

  • '항미원조 전쟁' 영화 '피로감' 느껴

  • 국경절 특수 실종···황금연휴 극장가 '썰렁'

지원군웅병출격 영화 포스터
천카이거 감독의 '지원군:웅병출격' 영화 포스터

"적군(미군)을 우스꽝스럽게 희화한다고 아군(중국군)의 용맹을 부각시키는 것은 아니다."
"중국군은 마치 슈퍼영웅처럼 절대 죽지 않는다."
"김정은이 별장에서 보면서 대만족해 할 영화."


올해 중국 국경절 연휴에 맞춰 개봉한 천카이거 감독의 한국 6·25 전쟁 영화 '지원군:웅병출격(誌願軍:雄兵出擊)'에 쏟아진 비판의 목소리다. 영화 박스오피스 성적표도 참담했다. 

그간 한국전쟁 영화 같은 주선율(主線律, 애국주의 기조) 영화가 국경절에 맞춰 개봉만 하면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 비교된다. 중국군을 미군을 때리는 슈퍼영웅으로 묘사하는 천편일률적 스토리 전개를 보이는 애국주의 영화에 대한 피로감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호화 캐스팅도 무색···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49억원
중국 영화티켓 플랫폼 '덩타'에 따르면 영화 '지원군:웅병출격'은 개봉 일주일 만인 4일 낮 12시 54분에야 비로소 박스오피스 4억 위안(약 737억원)을 넘어섰다. 제작비만 6억 위안이 투입된 것과 비교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다. 개봉 첫날인 9월 28일 박스오피스 수익은 고작 2700만 위안에 그쳤다.

2년 전인 2021년 천카이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또 다른 한국전쟁 영화 '장진호(長津湖)'는 7일간 30억 위안 박스오피스 수익을 기록했다. 장진호는 개봉 12시간 만에 박스오피스 2억 위안을 돌파하는 신기록도 세웠다.

'지원군:웅병출격'에 국민배우 탕궈창, 톱스타 장쯔이·황샤오밍 등 초호화 캐스팅을 내세운 것도 소용없었다. 

중국 당국이 올 들어 '항미원조(抗美援朝)' 70주년을 적극 띄우며 관영매체를 동원해 '지원군:웅병출격' 영화를 대대적으로 선전했음에도 관객몰이에는 실패한 셈이다. 중국은 6·25전쟁을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돕기 위해 중공군이 참전했단 뜻으로 항미원조라 일컫는다. 

이 영화는 천카이거 감독이 제작하는 한국전쟁 영화 3부작 시리즈 제1편이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초기 각종 내우외환에 처한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배경, 중공군과 미군 간 전투 등을  철저히 중국인의 시각에서 그렸다. 선진 무기로 무장한 미군과 비교해 열세에 놓인 중공군이 조국 수호를 위해 결의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쏟아지는 '항미원조 전쟁' 영화에 '피로감' 느끼는 중국인
중국 영화평론 블로그 '타오쯔샤오우'는 "너무 많은 캐릭터가 등장해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다 보니 각각의 캐릭터를 심도 있게 풀어낼 시간이 부족했고, 결국 등장인물이 '구호'만 외치다 끝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며 "애국주의 영화라고 해서 모두 흥행보증수표는 아니며, 영화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신랄하게 비평했다.

최근 미·중 갈등 속 중국은 대미 항전 의지를 내비치고 내부 단결을 공고히 하려는 듯 잇달아 한국전쟁 영화를 개봉해왔다. 2020년 10월 '금강천(金剛川)', 2021년 9월 '장진호', 2022년 2월 '장진호의 수문교(長津湖之水門橋)'와 '저격수(狙擊手)' 등이 대표적인 항미원조 전쟁 영화다. 

저우샤오정(周孝正) 전 중국 인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의소리(VOA)에 "관객들이 '지원군:웅병출격'을 외면한 데는 인터넷 발달로 (한국전쟁에 대해) 예전보다 더 많이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영화를 많이 찍을수록 중국인들은 (한국전쟁의) 진상을 알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영화평론가도 VOA에 "한국전쟁은 발굴할 가치가 있는 좋은 영화 소재"라면서도 "하지만 정치적 요구 때문에 중국 영화인들은 한국전쟁 소재를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야기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국경절 특수 실종···황금연휴 극장가 '썰렁'
한편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 극장가는 예상한 것보다 썰렁했다. 국경절 특수를 노린 영화 12편이 무더기로 개봉했으나, 9월 29일부터 10월 4일 현재까지 국경절 연휴 박스오피스는 23억 위안에 그쳤다. 지난해 국경절 연휴 기록한 14억9600만 위안은 넘어섰지만, 앞서 2021년 44억 위안 기록과는 격차가 크다.

올해 8일간 이어진 장기 연휴로 중국인이 장거리 여행을 떠나면서 영화관을 찾는 발걸음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국경절 박스오피스 1위는 장이머우 감독의 범죄 수사물 '견여반석(堅如磐石)'이다. 장궈리(張國立)·저우둥위(周冬雨) 등이 주연을 맡은 영화는 청년경찰이 거대한 이익집단에 연루된 범죄를 수사하는 내용을 그렸다.

2위는 6억 위안 박스오피스를 기록한 톈위성 감독의 로맨스 영화 '전임4:영년조혼(前任4:英年早婚)'이다. 천카이거 감독의 '지원군:웅병출격'은 3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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