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긴축 장기화 천명에 우리나라 경제를 짓눌러 온 고금리 리스크 해소 역시 요원해졌다. 특히 기업과 가계의 '돈맥 경화(자금 조달 어려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각각 회사채 발행과 추가 대출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여신 금리도 떨어지지 않아 금융 비용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5.25~5.50% 범위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인플레이션이 안정됐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연내 기준금리 동결, 내년 상반기 중 인하 시작을 예상한 시장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살펴보면 위원 22명 중 12명은 연내 금리를 한 차례(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현 수준 동결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위원은 7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최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 자금경색 우려…부동산 시장 반등 걸림돌
고금리 속 기업들의 돈줄이 말라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채권시장 불안이 심화했을 때 도입한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조치를 4분기부터 다시 없앨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채 발행 증가로 채권 시장에서 일반 회사채 소외 현상이 심각해질 것을 우려한 선택이었다. 다만 은행권이 지난해 판매한 고금리 예·적금 상품 만기가 이달부터 도래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은행 간 수신 유치 경쟁이 격화하자 은행채 발행 한도를 풀어 자금 조달 창구를 다변화해 준 것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고 투자자 선호가 많은 은행채로 자금이 몰릴 경우 일반 회사채 발행이 위축돼 기업들의 자금난이 악화할 수 있다. 기업들이 은행채로 향하는 수요를 되돌리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수록 금융 비용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가계도 돈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고금리 여파로 줄곧 감소하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잔액은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자금을 풀면서 다시 늘기 시작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관계 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 중 일반형의 신청 접수를 중단하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신규 주택을 구입하는 일시적 2주택자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반등 조짐을 보이던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대환 대출 수단도 사라지면서 서민 가계의 이자 부담 경감도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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