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민·형사 판결 산적했는데...대법원장 공석에 전합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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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3-10-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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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대법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초동 대법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법부 최고 수장인 대법원장 공백이 30년 만에 현실화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된 주요 전원합의체 사건 5건의 심리도 기약 없이 중단됐다. 오는 6일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이 예정되어 있지만, 동의안 부결 시 대법원장 공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전합 구성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상고심 재판 지연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일 대법원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전원합의체(이하 전합) 사건은 총 5건이다.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사회적 영향이 큰 사건들에 한해 대법원 전합에 회부된다. 그러나 지난달 25일을 기준으로 대법원장 자리가 공석이 됨에 따라 이들 사건에 대한 심리와 선고는 무기한 지연될 상황에 처했다. 업무상 재해와 관련한 손해배상 산정기준인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 22일을 변경할지에 대한 판단도 늦춰지게 됐다. 채권자가 추심명령을 받은 경우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 소송 여부와, 인지청구 소송의 제척기간 산정기준에 대한 결론도 당초보다 훨씬 늦게 내려질 예정이다.
 
현재 회부된 전합 사건 외에도, 추후 심리를 이유로 전합에서 보류된 사건 2건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판 지연 문제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3월 전합에 회부됐던 ‘세아베스틸 통상임금 사건’의 경우 대법원에서 결론이 아직까지 나지 못한 상황이다. 하급심에서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달리 재직자 요건이 있더라도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은 상황에서, 현장 기업들의 혼란도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현재 대법원은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 대행체제로 업무를 꾸려가고 있다. 국회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 일자를 오는 6일로 합의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부결 여론이 높아 대법원장 공백 사태는 연말을 넘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관련해 지난달 25일 대법관 12명이 긴급회의를 열고, 대법원장 대행 권한의 범위, 전원합의체 일정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장의 부재 상태에서 권한대행 체제로 전합 사건을 판결하고 심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원 안팎의 평가다. 법원조직법 7조는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2 이상의 합의체에서 행사하며,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된다’고 규정한다. 1979년 이후 대행 대법관 체제로 전합을 구성하고, 판결을 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법원 역시 대법원장 공석 상태에서의 전합 심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한 바 있다. 지난달 1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장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대행자가 전원합의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안정적으로 보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면서 “대법원장 공백은 전원합의체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도 사실상 신임 대법원장이 임명되기 전까지는 전합 구성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라간 사건의 선고도 무기한 늦춰질 것”이라면서 “사건 지연도 문제지만 향후 처리해야 할 전합 사건으로 향후 재판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의 사법행정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내년 1월 법원장 대행인 안철상 대법관과 민유숙 대법관이 퇴임할 예정이지만, 신임 대법관 제청도 대법원장 공석으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는 경우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와 대법원 규칙 제·개정도 늦춰지거나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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