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양종희 KB금융 회장 내정자 "비금융권 M&A도 검토…디지털로 내부통제 강화"

양종희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KB금융그룹 본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e-mail]]

양종희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가 필요하다면 비금융권 인수합병(M&A)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금융권에서 반복된 내부통제 실패와 관련해서는 디지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시스템·절차를 자동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양 내정자는 11일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KB금융은 이미 사업구조가 잘 갖춰져 있어 M&A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면서도 “주주들이 요구하는 기업가치 향상, 지속 가능성 등 관점에서 M&A 대상으로 비금융권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양 내정자가 밝힌 이 같은 청사진은 최근 금융당국에서 은행과 은행지주에 대해 비금융권 진출을 허용·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 금융사업 구조가 이미 탄탄한 만큼 제도적 여건만 갖춰진다면 금융업 외에도 다양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내정자는 취임 이후 최우선 과제로 최근 연체율 증가에 따른 신용위험,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B부코핀은행 정상화, 전환기에 나타날 수 있는 조직 이완 현상 최소화 등을 꼽았다. KB금융이 재무적 가치에서 1위인 만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고객에게 가치와 행복을 제공하는 금융그룹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근 금융권에서 계속되고 있는 내부통제 실패를 개선하기 위한 복안으로는 디지털을 제시했다. 양 내정자는 “금융기관은 신뢰를 먹고사는 곳인데 죄송하다는 인사를 먼저 드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결국 임직원이 (내부통제를) 체득화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적 통제”라며 “시스템과 절차적으로는 자동화를 통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내부통제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이 KB금융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디지털화를 통해 시스템이나 절차를 자동화하면 사람 욕심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게 양 내정자 생각이다. 실제로 양 내정자는 “디지털 부분에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내정자는 이날 경영진을 비롯한 인사 방향성에 대한 생각도 내비쳤다. 그는 “계열사 사장은 회사 경쟁력을 도모할 수 있는지, 임직원의 헌신적인 노력을 끌어낼 리더십이 있는지를 중점으로 발굴하겠다”며 “행원 출신인 제가 여기까지 왔다는 게 KB금융 인사의 자긍심이다. 꿈을 가진 직원들이 마음껏 일하고 발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취임 이후 부회장 체제 존치 여부에 대해서는 “회장 후보군을 육성한다는 측면과 업무를 분담한다는 측면을 고려해 이사회와 협의하겠다”고 확답을 유보했다.

그는 또 은행장을 거치지 않았다는 일부 우려와 관련해 “은행장은 한 사람밖에 할 수 없어 회장 후보들이 골고루 경험할 수 있도록 그룹에 사업부문장, 부회장직을 뒀다”며 “은행뿐만 아니라 그룹 전반적인 것들을 학습했으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양 내정자는 오는 11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